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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인사동에서 만나는 '미피 작가' 딕 브루너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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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규모' 미피의 한국 전시 A-Z까지④]
미피 만큼 마음 따뜻했던 미피의 작가, 딕 브루너
앙리마티스와 페르망 레제에 심취, 단순함의 미학 구현
21일 개막한 '미피 70주년 전시'에 딕 브루너의 작업실 재현

머니투데이

미피 원작자 '딕 브루너'의 작업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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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친근한 '미피(Miffy)'를 탄생시킨 이는 누구일까. 전 세계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미피지만 네덜란드 태생이란 사실은 모르는 이가 많다.

미피는 네덜란드 딕 브루너(Dick bruna)가 1955년 탄생시킨 토끼 캐릭터다. 미피를 그린 작가 딕 브루너는 그가 그려낸 그림만큼이나 사랑스럽고 온화한 인상의 소유자다. 사고 한번 안 쳤을 것 같은 모범생 이미지와 달리, 그는 꽤 아버지 속을 태우는 아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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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브루너는 앙리 마티스와 페르낭 레제에게서 예술적인 영감을 받았다. /사진=(주)피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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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마티스와 페르망 레제에 심취했던 딕 브루너

딕 브루너는 1927년 8월 23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Utrecht)에서 출판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딕 브루너의 증조부가 1866년 설립한 출판사(A.W. Bruna & Zoon)을 물려받아 운영 중이었다.

출판사는 그 당시 네덜란드 기차역 대부분에서 책 판매대를 운영할 만큼 규모가 있었다. 대대로 가업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그도 출판사를 이어받아야 했다. 하지만 딕 브루너는 가업을 물려받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가 가업을 물려주기 위해 출판 교육 연수를 계획하는 중에도 그는 예술의 꿈을 키웠다. 연수를 위해 떠난 런던과 파리에서도 그는 여러 화랑에 오가며 현대미술을 접했다.

그러던 중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된 사건이 찾아온다. 프랑스 방스에 위치한 로자리오 예배당(Chapelle du Rosair)에 방문해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발견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딕 브루너는 앙리 마티스의 '컷아웃 기법'을 활용하게 된다.

딕 브루너가 1940년대 파리를 여행할 당시에도 앙리 마티스와 페르낭 레제의 그림에 심취했다. 브루너는 "마티스는 색의 사용법과 단순함을 가르쳐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딕 브루너가 미피 책을 제작할 때 색지를 오려 컬러를 입히는 작업 방식을 고수했던 것을 보면, 그에게 앙리 마티스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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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브루너의 작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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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피' 굵고 검은 선…페르낭 레제 영향받아


페르낭 레제에게는 평면의 특성과 작품 속 굵고 검은색 윤곽선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미피를 포함한 딕 브루너의 모든 작품에서 굵고 울퉁불퉁한 검은색 선을 보면 그가 페르낭 레제에게서 받은 영향 또한 어떤지 알 수 있다.

딕 브루너는 연수를 마치고 가업을 물려받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직업을 이어갔다. 딕 브루너가 아버지의 출판사에서 표지 디자이너로 일한 것이 그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된 것. 표지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했고, 새롭게 도전했다. 그 결과 예술적인 영감으로 고유한 창작물을 탄생시켰다.

출판사에서 작업한 약 2000개의 책 표지와 포스터는 그가 영감받은 두 작가의 공통된 특징인 '단순함'이 드러난다.

딕 브루너는 20대인 1953년 '사과'를 출간하면서 그림책 작가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미피'와 '동물원에 간 미피'를 출간하면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32권의 미피 시리즈는 전 세계 아이들로부터 사랑받는 그림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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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브루너의 작업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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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피'처럼 따뜻한 마음 지닌 '딕 브루너'


딕 브루너는 이어온 작업 활동과 미피 탄생을 거치면서 네덜란드의 국민 작가로 자리 잡았다. 또한 이웃 사람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이러한 사실은 그의 작업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가 떠난 작업실에는 살아생전 사용하던 가구와 소지품 또한 그대로 남아있는데, 실제와 거의 비슷하게 구현됐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도심 속에 있던 딕 브루너의 작업실은 현재 위트레흐트 중앙미술관으로 옮겨졌다.

작업실에는 세계 여러 곳에서 온 팬들의 편지와 선물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삐뚤빼뚤한 어린아이의 글씨와 정성껏 만들고 그린 미피 까지, 모든 것이 작업실 일부처럼 자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방문객을 맞이했던 공간도 별도로 있다. 비즈니스로 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를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방문해도 선뜻 자리를 내주고 따뜻한 차를 대접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작업실 환경 덕분에 누구라도 그와 앉아 대화를 나누고 차 한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21일 인사동 센트럴 뮤지엄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로 개막한 '미피 70주년 전시'에서 딕 브루너의 작품 세계와 재현된 작업실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공동 주관한 피플리 관계자는 "이번 '미피와 마법 우체통' 전시에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작업실과 비슷한 실내 연출에 힘쓰고 미피가 탄생하기까지 그의 작품 세계를 설명했으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대표하는 스토리를 풀어내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8월17일까지 계속된다.

박시나 기자 sina863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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