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 썼다" 발언으로 2018년 다시 기소
위증교사했다는 의혹 1심선 무죄 선고
이재명(왼쪽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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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1심에서 무죄를 받고 혐의를 벗은 위증교사 사건의 발단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2004년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14년 뒤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 사건 경위를 언급하다가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최종 무죄 판결)됐다. 이번엔 그 허위사실공표 혐의 재판에서 발생한 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무죄가 나온 것으로, 결과적으로 같은 사건에서 파생된 일로 사실상 세 번의 기소를 당하고 두 번의 무죄를 선고 받은 셈이 됐다.
김병량 전 성남시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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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사칭 사건이란?
사건은 2002년 시작됐다. 최철호 당시 KBS PD는 '추적 60분'에서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논란을 취재하다가 김병량(1936~2015) 당시 성남시장과의 통화를 시도했다. 통화가 잘 되지 않자 최 전 PD는 수원지검 검사 행세를 했는데, 이 과정에 이 대표가 관여했다는 게 사건의 골자다. 2002년 7월 검찰은 이 대표를 공무원자격사칭 등 죄목으로 기소했다. 이번 위증교사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진성씨는 1998년부터 김 시장의 수행비서로 일하던 중이었다.
기소된 이 대표는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최 전 PD에게 검사 이름을 알려준 것은 맞지만 △PD가 검사를 사칭하려는 줄 몰랐고 △그가 통화하는 동안 자신은 다른 일을 하고 있었으며 △질문 내용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건 당시 함께 있었던 카메라·오디오 담당 스태프들 진술을 근거로 공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고, 2004년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 원이 확정됐다.
16년 후 또 불거진 검사 사칭
2018년 5월 29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장 왼쪽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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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또 논란이 됐다. 당시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현 충북도지사)가 '검사 사칭' 전과 관련 질문을 하자, 이 대표는 "PD가 사칭하는 데 옆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단 이유로 누명을 썼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 발언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를 적용, △친형 강제 입원 △대장동 개발 사안과 묶어 그해 12월 이 대표를 재차 법정에 세웠다.
전 성남시장 비서 김씨는 당시 이 대표 측 증인으로 소환됐다. 이 대표가 여전히 '유죄 결론에 다소 잘못이 있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법원으로서도 2002년 성남시 사정을 잘 아는 김씨 얘기를 들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증인신문이 계획된 4차 공판에 김씨는 돌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 대표 측은 "주변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결국 신문 일정을 한 차례 바꾼 끝에 법원에 증인으로 선 김씨는 "김병량 전 시장 측에서 (재선에 걸림돌이 되는) 이 대표를 '검사 사칭' 주범으로 몰아가기로 하고, 최철호 PD에 대한 고소는 취하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는 취지의 새 증언을 내놨다. 이 대표를 향한 일종의 '정치 공작'이 있었다는 진술이었다. 사실로 받아들여질 경우 앞선 공무원자격사칭 재판 결론에도 흠을 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번엔 위증교사... 세 번째 발목 잡다
2020년 7월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랜드 가전제품 매장에서 한 시민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사건 대법원 선고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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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 판결을 내리면서 이 대표는 구사일생으로 정치 생명을 연장했다. 당시 법원은 판결문에서 김씨 증언을 유·무죄 판단의 직접적 근거로 언급하진 않았다. 오히려 과거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 등을 토대로 이 대표가 '검사 사칭'에 공모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2018년 토론회에서 나왔던 발언은 '입장에 대한 의견 표명'에 불과하고, 허위사실 공표로 본다고 해도 '고의'가 입증되지 않아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이 대표는 법리적 이유로 혐의를 벗었지만, 김씨 진술 문제는 나중에 '위증 교사' 사건으로 다시 비화했다. 검찰은 지난해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정점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측근인 김씨의 위증 정황을 포착했다. 그리고 이 대표까지 수사망에 올려 위증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당초 법조계에선 위증교사 혐의에 유죄가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9월 검찰이 △백현동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위증교사 등 혐의로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법원은 이를 기각하면서도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유죄 심증을 한 차례 드러낸 적 있기 때문이다. 위증 당사자인 김씨 또한 재판 초기부터 범행을 자백했다. 그러나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는 이 대표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무죄 판결로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 중 하나를 일단 피해가게 됐다. 위증교사죄는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로, 공직선거법상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형 실효 때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국회법에 따라 피선거권이 박탈되면 의원직도 상실하게 된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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