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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오늘의 사건·사고

이재명 같은 사건으로 세 번 기소... 2002년 '검사 사칭' 전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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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사칭' 공모해 2004년 벌금형 받고
"누명 썼다" 발언으로 2018년 다시 기소
위증교사했다는 의혹 1심선 무죄 선고
한국일보

이재명(왼쪽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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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1심에서 무죄를 받고 혐의를 벗은 위증교사 사건의 발단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2004년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14년 뒤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 사건 경위를 언급하다가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최종 무죄 판결)됐다. 이번엔 그 허위사실공표 혐의 재판에서 발생한 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무죄가 나온 것으로, 결과적으로 같은 사건에서 파생된 일로 사실상 세 번의 기소를 당하고 두 번의 무죄를 선고 받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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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량 전 성남시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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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사칭 사건이란?


사건은 2002년 시작됐다. 최철호 당시 KBS PD는 '추적 60분'에서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논란을 취재하다가 김병량(1936~2015) 당시 성남시장과의 통화를 시도했다. 통화가 잘 되지 않자 최 전 PD는 수원지검 검사 행세를 했는데, 이 과정에 이 대표가 관여했다는 게 사건의 골자다. 2002년 7월 검찰은 이 대표를 공무원자격사칭 등 죄목으로 기소했다. 이번 위증교사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진성씨는 1998년부터 김 시장의 수행비서로 일하던 중이었다.

기소된 이 대표는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최 전 PD에게 검사 이름을 알려준 것은 맞지만 △PD가 검사를 사칭하려는 줄 몰랐고 △그가 통화하는 동안 자신은 다른 일을 하고 있었으며 △질문 내용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건 당시 함께 있었던 카메라·오디오 담당 스태프들 진술을 근거로 공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고, 2004년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 원이 확정됐다.

16년 후 또 불거진 검사 사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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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9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장 왼쪽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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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또 논란이 됐다. 당시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현 충북도지사)가 '검사 사칭' 전과 관련 질문을 하자, 이 대표는 "PD가 사칭하는 데 옆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단 이유로 누명을 썼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 발언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를 적용, △친형 강제 입원 △대장동 개발 사안과 묶어 그해 12월 이 대표를 재차 법정에 세웠다.

전 성남시장 비서 김씨는 당시 이 대표 측 증인으로 소환됐다. 이 대표가 여전히 '유죄 결론에 다소 잘못이 있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법원으로서도 2002년 성남시 사정을 잘 아는 김씨 얘기를 들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증인신문이 계획된 4차 공판에 김씨는 돌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 대표 측은 "주변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결국 신문 일정을 한 차례 바꾼 끝에 법원에 증인으로 선 김씨는 "김병량 전 시장 측에서 (재선에 걸림돌이 되는) 이 대표를 '검사 사칭' 주범으로 몰아가기로 하고, 최철호 PD에 대한 고소는 취하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는 취지의 새 증언을 내놨다. 이 대표를 향한 일종의 '정치 공작'이 있었다는 진술이었다. 사실로 받아들여질 경우 앞선 공무원자격사칭 재판 결론에도 흠을 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번엔 위증교사... 세 번째 발목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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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랜드 가전제품 매장에서 한 시민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사건 대법원 선고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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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 판결을 내리면서 이 대표는 구사일생으로 정치 생명을 연장했다. 당시 법원은 판결문에서 김씨 증언을 유·무죄 판단의 직접적 근거로 언급하진 않았다. 오히려 과거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 등을 토대로 이 대표가 '검사 사칭'에 공모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2018년 토론회에서 나왔던 발언은 '입장에 대한 의견 표명'에 불과하고, 허위사실 공표로 본다고 해도 '고의'가 입증되지 않아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이 대표는 법리적 이유로 혐의를 벗었지만, 김씨 진술 문제는 나중에 '위증 교사' 사건으로 다시 비화했다. 검찰은 지난해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정점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측근인 김씨의 위증 정황을 포착했다. 그리고 이 대표까지 수사망에 올려 위증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당초 법조계에선 위증교사 혐의에 유죄가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9월 검찰이 △백현동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위증교사 등 혐의로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법원은 이를 기각하면서도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유죄 심증을 한 차례 드러낸 적 있기 때문이다. 위증 당사자인 김씨 또한 재판 초기부터 범행을 자백했다. 그러나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는 이 대표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무죄 판결로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 중 하나를 일단 피해가게 됐다. 위증교사죄는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로, 공직선거법상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형 실효 때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국회법에 따라 피선거권이 박탈되면 의원직도 상실하게 된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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