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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현장의 시각] 트럼프 시대 맞는 뉴스페이스, 韓우주청은 준비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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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 19일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해변의 우주 발사 시설인 ‘스타베이스’에 특별한 손님이 방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스페이스X의 차세대 초대형 로켓 ‘스타십’의 여섯 번째 시험 발사를 직접 보러 온 것이다.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스페이스X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도 함께 했다. 스타십은 여섯 번째 시험 비행에서 공중 폭발 같은 사고 없이 무사히 비행을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머스크가 스타십의 발사를 함께 지켜본 이날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우주 개발사에 변곡점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이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의 우주 분야 정책이 일대전환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새로 생기는 정부효율부 장관에 오르는 건 상징적인 변화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벌써부터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을 향해 불필요한 낭비를 없애라고 압박하고 있다. 나사의 핵심 연구 조직인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지난 12일 325명의 정직원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에 계약직 직원 100명, 2월에 정직원 530명과 계약직 직원 40명을 내보낸 데 이어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한 번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나사는 트럼프 당선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관련이 없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트럼프 당선인의 자문관을 맡고 있는 그레그 오트리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는 좀 더 노골적이다. 오트리 교수는 나사의 주력 로켓인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에 대해 비효율의 대명사라면서 퇴출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SLS를 쓰려고 하던 아르테미스 달·화성 탐사 프로그램은 스페이스X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지만, 미국 현지에서도 SLS가 지나치게 무겁고 비효율적이라는 데는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다. SLS는 발사당 비용이 41억달러(약 5조7300억원)에 달하는데 재사용도 불가능하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상용화 수준에 다다르면 발사 비용에서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지금 나사를 이끄는 수장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모두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SLS가 폐지되지 않더라도 나사의 영향력이 크게 줄고, 머스크와 스페이스X가 미국의 심우주 탐사를 주도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의 독주가 명확해지자 민간 기업 중심의 우주 개발인 뉴스페이스(new space) 시장에서 경쟁자들은 발사체 사업을 하나둘 포기하고 있다. 미국의 우주 스타트업인 ABL 스페이스 시스템이 최근 상업 발사 시장 철수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 우주 개발과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끌고 있는 미국은 우주 정책을 급변할 기로에 섰다. 문제는 이런 변화에 대한민국 뉴스페이스와 우주항공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주항공청이 출범한 지 반 년이 지났지만 그 영향력과 존재감에 대해 국내 우주 분야에서 불만이 적지 않다. 우주청이 출범 이후 최대 성과로 내세우는 건 나사와 아르테미스 연구협약을 맺은 건데, 나사의 역할과 영향력이 줄어들면 협약의 의미도 덩달아 퇴색할 수밖에 없다.

최근 우주청 내부에서는 메탄 엔진을 내세우는 방향으로 차세대 발사체 개발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차세대 발사체 개발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2032년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무인 달 착륙선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스페이스X에 외주를 주자는 말까지 나오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한국의 달 착륙선에 공간을 내어줄 지 의문이다.

트럼프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의 우주 개발과 뉴스페이스 육성은 나사에 의존하기 보다는 한국만의 독자적인 전략과 계획을 가져야 한다. 미국마저 허리띠를 졸라 매는데 예산이 훨씬 적은 한국은 불필요한 탐사나 개발 계획을 정리하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게 현명하다. 우주청은 다음 달 제3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다. 차세대 발사체와 달 착륙선 개발 계획 등 굵직한 대한민국 우주 개발 계획이 아 자리에서 확정된다. 우주청이 트럼프 시대에 맞는 우리만의 명확한 청사진과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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