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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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씨에게는 일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는 과정에서 김씨에게 전화해 자신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당시 이 대표는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에서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서 본인이 '누명을 쓴 것'이라고 거짓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검사 사칭 사건은 이 대표가 변호사였던 2002년 5월10일 KBS '추적 60분' 담당 최철호 PD가 성남시 이 대표의 사무실에서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을 상대로 검사를 사칭하며 전화할 때 이 대표가 사칭할 검사의 이름과 질문할 사항을 알려주는 등 최 PD와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사건이다.
이 대표는 해당 사건으로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로 기소돼 2004년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았다.
그런데 2018년 5월29일 '2018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KBS 초청 토론회'에 출연한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여부에 대한 경쟁 후보자의 질문에 "제가 한 게 아니고 PD가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걸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습니다" "저는 검사를 사칭해 전화를 한 일이 없습니다. PD가 한 거를 옆에서 인터뷰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제가 도와준 걸로 누명을 썼습니다"라고 발언했다.
검찰은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발언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사실공표라고 판단, 2018년 12월11일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 자신이 최씨에게 사칭할 검사의 이름과 질문 사항을 알려주는 등 검사 사칭을 공모했고, 이 일로 형사처벌까지 받고서도 검사 사칭 사건에 공모하거나 가담하지 않은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검찰은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씨가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 함께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를 알선해준 대가로 금품을 받기로 하고 정바울 대표의 백현동 개발사업을 돕던 중, 2018년 12월께 이 대표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검사 사칭 사건 당시 김병량과 KBS 측 사이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 위해 최씨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자는 협의 또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라는 취지로 증언해 줄 것을 요구받았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인섭 대표는 백현동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부탁을 받은 김씨가 실제 2019년 2월14일 오후 2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선서를 한 뒤 실제는 그런 협의나 분위기가 있었는지 모르거나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검사 사칭 사건 당시 김병량과 KBS 측 사이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 위해 최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자는 협의 또는 그러한 분위기가 있었다'라는 취지로 증언했다는 것이 검찰이 김씨의 공소장에 적시한 범죄사실이다. 이 대표는 김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해당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했고,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김씨를 위증 혐의로, 이 대표를 위증교사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김씨는 검찰과 법정에서 이 대표의 요청으로 위증을 했다는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또 김씨가 이 대표와 당시 통화한 육성 녹음파일이 증거로 제출돼 있다.
두 사람의 통화 녹음파일 중에는 이 대표가 '있는 대로 얘기해달라' '사건을 재구성하자는 건 아니다'라고 김씨에게 얘기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대표는 이를 근거로 김씨에게 거짓 증언을 해달라고 한 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법률전문가인 이 대표가 통화가 녹음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식적으로 한 발언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통화 내용 중에 김씨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 특정한 취지로 발언해주면 좋겠다고 부탁한 것은 명백한 위증교사로 볼 수 있는 데다가 이 대표가 김씨에게 증언에 앞서 변론요지서를 보내 예상 질문에 대한 희망 답변을 연습시킨 정황까지 드러나 혐의를 벗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부장판사도 이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서는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를 앞둔 상태에서도 연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실패한 교사'라는 등 무죄를 주장하는 글을 올렸던 것도 이 대표 스스로 이번 사건의 유죄 가능성을 더 높게 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달리 위증교사 혐의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벌금형이 선고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이 대표가 위증교사죄로 징역형(위증교사죄는 법정형에 금고형이 없다)을 확정받을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고 그 형이 실효될 때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을 초과하는 징역형은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뒤 10년, 3년 이하의 징역형은 5년이 지나야 형이 실효된다.
이날 오후 11시48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이 대표는 대기하던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유무죄 판단 어떻게 예상하느냐' '위증의 고의성에 대한 입장이 있느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법원 청사로 들어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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