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불어오고 있다. 전국 기준으로 집값은 6개월여 만에 하락 전환했고, 수도권 일부 지역도 집값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지방에 이어 수도권 역시 하락장 초입에 들어섰다며 '집값하락론'도 대두된다. 대출 규제, 트럼프發(발) 불확실성 등으로 집값의 하방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론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일시적 숨 고르기 장세가 이어진 뒤 우상향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8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한 주 전보다 0.01%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값이 내린 것은 지난 5월 둘째 주(-0.02%) 이후 27주 만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경기 침체 우려, 매수 심리 위축 등이 겹치며 아파트값이 내림세로 돌아서는 양상이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경우 전 고점을 회복하면서 임계점을 돌파해 매수에 나서는 수요자들이 크게 줄었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수요자들이 돌아섰다"며 "9월 이후 하락조정 국면에 진입했는데 추가적으로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한 하락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업에 있는 공인중개사들도 전국의 집값 하락 전환이 조만간 서울로 옮겨붙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이 발표한 11월 월간 주택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94로 나타나 7개월 만에 100 이하를 기록했다.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전국 6000여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지수로 나타내는 것으로 100 이하면 하락을 예상하는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향후 집값 향배와 관련해 정부 가계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거래량이 줄어들면서도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집값을 견인하고 있는 지역들은 대출 규제 영향이 덜하고, 대기 수요가 많아 집값 상승 요인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과 수요층 거래가 줄면서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이를 '하락기'의 시작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노도강 같은 서울외곽도 결국 장기적으로 집값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 랩장도 일부 지역 집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순 있다"면서도 "다만 전셋값 상승, 입주물량 감소 등 영향으로 하반기 다시 상승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내년 공급 감소가 가시화되고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지면 집값이 다시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7145가구로 올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2만5710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미 IAU교수) 소장은 "내년부터 아파트 공급이 부족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분양가 인상도 불가피하다"며 "여기에 금리인하까지 이어지게 되면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집값의 지역별 차별화·양극화 양상이 굳어지며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앞으로 수도권은 강보합, 비수도권은 하락세를 보이는 등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수 있다"며 "대출규제 강화, 전반적인 경기둔화 등 영향으로 전체적인 주택 시장이 올 상반기 수준의 집값 상승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주경제=김윤섭 기자 angks67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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