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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불법 이민 추방” 트럼프에 미 400만 가구 ‘이산가족’ 걱정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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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1년 9월 텍사스 델리오에서 멕시코로 돌아가기 위해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는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 미국은 텍사스 국경 도시에서 캠프를 형성한 아이티인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델리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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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취임이 내년 1월 20일로 다가오면서 이민자 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가족 내에 불법 이민자가 있는 이들은 가족이 흩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고, 합법 이민자들도 불이익을 우려해 시민권 획득을 서두르고 있다. 이민자 지원단체에는 상담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엔비시(NBC) 뉴스는 23일(현지시각) 이민자 지원단체들이 수백만 가정의 분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민자 지원 시민단체인 미국 이민위원회의 최근 연구를 보면, 불법 이민자와 미국 시민으로 구성된 ‘혼합 신분 가족’이 최대 400만 가구에 달한다. 대규모 추방 정책이 시행될 경우 혼합 신분 가족 내에서 부모와 자녀가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 릴리는 10년 동안 온두라스 출신의 불법 이민자인 남편과 결혼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여권을 발급받았다. 남편이 구금되거나 추방될 경우 아빠를 만나러 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추방에 대비해 남편 명의로 각종 위임장도 작성해 둘 계획이다. 릴리의 남편은 트럼프 1기때인 2017년에도 약 2개월간 구금된 경험이 있다. 릴리는 엔비시에 “남편은 이번에도 구금되면 ‘이 나라를 떠나자’고 말한다. 그만큼 7년전 일의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가족 분리수용 정책을 명시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불법 월경하다 붙잡힌 부모를 기소하면서 아이들을 보호 시설에 분리 수용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가족을 함께 수용하는 정책으로 변경했지만 장기구금과 열악한 시설 등으로 인해 비판이 여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뒤 이를 폐지했다.



이민자 지원단체들은 대규모 추방에 대비해 ‘비상 패키지’ 준비를 지원하고 있다. 과거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 부모가 구금되거나 추방돼 연락이 쉽지 않았던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 권한 위임장, 가족 비상 연락처, 자녀의 학교 기록 등 부모 없이 아이가 당장 생활할 수 있는 걸 돕는 문서를 미리 준비해둔다.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인 실비아 캄포스도 상담을 받은 뒤 미국 시민인 자신의 여동생이 자녀를 대신 돌볼 수 있도록 허가하는 진술서 등을 미리 작성했다. 캄포스는 엔비시 뉴스에 “진술서 3부를 공증받은 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설명했다”며 “아이들을 두렵게 만들고 싶진 않지만 어떤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합법 이민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멕시코에서 태어나 생후 두달 때 미국에 건너온 한 사람은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제도’(DACA·다카)의 대상자다. 부모를 따라 어린 시절 미국에 와 불법체류하는 아이들을 추방하지 않고 취업해 머물 수 있게 한 제도다. 트럼프 당선자는 첫 임기 때 다카를 없애려 했다. 현재 공화당이 장악한 주들이 소송을 제기해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는 미국 시민권자인 약혼자와 결혼을 서두르고 있다.



영주권을 가진 베네수엘라 출신의 세르히오 테란도 지난 7월 말 서둘러 미국 시민권을 신청했다. 그는 “그린카드가 있어도 여전히 추방될 수 있다. 시민권 획득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훨씬 안정감을 준다”고 말했다.



불법 이민자 중 일부는 망명 신청을 택하기도 한다. 적어도 현재 규정에 따르면 추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이민 변호사 이나시마콥스키는 뉴욕타임스에 “그린카드가 있어 체류에 법적 문제가 없는 사람들조차 서두르고 있다”며 “상담 요청이 넘쳐난다.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도 유학생과 불법 체류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다수 대학은 학생들이 다카를 통해 취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후원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겨울방학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2017년 취임하자마자 이슬람교도가 많은 나라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 공항에서 대혼란이 벌어진 바 있다.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는 모든 국제 학생, 교수진 및 직원들에게 ‘취임식 이전에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강력히 고려하라’고 촉구했다. 기숙사 조기 입주도 허용했다. 코네티컷주 미들타운에 있는 사립 대학인 웨슬리언 대학교도 “(취임식 전날인) 1월 19일에 미국에 있는 것이 재입국 때 어려움을 피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안내했다.



불법 이민자 추방은 미국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정부가 광범위한 구금 시설을 만든 뒤 대규모 추방에 나선 경우는 1950년대 이후 없었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범죄자와 이미 추방 명령이 내려진 이민자들이 우선 추방 대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법 이민자들을 찾기 위해 직장 불시 단속 등 다른 수단도 동원할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주 ‘취임 첫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동원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군 시설과 군용기를 미등록 이민자 추방에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지난 8일 보도했다. 텍사스주는 연방 정부에 국경 근처 약 4.05㎢ 토지를 구금 시설 건설용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반이민 강경파로 백악관 부비서실장에 임명된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광대한 수용 시설이 작전을 위한 전진 기지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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