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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사설] 사도광산 외교참사, 대일외교 전환 계기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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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5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들이 기거하던 독신자 숙소 제4상애료 터 앞에서 희생자 유족들이 추도식을 열고 있다. 사도(니가타현)/홍석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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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일 협력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일본 언론의 오보로 인한 ‘외교 악재’가 터졌다. 윤석열 정부의 ‘거듭된 양보’에도 ‘성의 있는 호응’을 거부해온 일본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는 가운데, 사도광산 추모식에 참석한 일본 정부 대표가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갈등은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지만, 정부는 이 사태를 계기로 역사를 직시하려는 노력 없이 한·일의 진정한 우호·협력은 불가능하다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정부는 25일 오전 9시 유족 대표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도광산 강제동원 조선인 기숙사였던 제4상애료 터 앞에서 별도 추도 행사를 열었다.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가 “사도광산에 강제로 동원”된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사를 남겼다.

정부가 전날 일본이 개최한 추모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일본 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2022년 8월15일 야스쿠니신사 참배 논란이 있는 인사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그 배경엔 관계 회복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일본이 자신의 입장만을 중시하는 몰염치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는 좌절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둘러싼 한·일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도통신은 이날 오후 ‘이쿠이나 정무관이 신사를 참배했다’는 보도가 오보였다고 확인했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남긴 추도사를 보면, 지난 식민지배나 그로 인해 발생한 조선인 강제동원에 대한 ‘반성’을 일절 찾아볼 수 없다. 한국 유족들까지 불러놓고, 자신들이 마음대로 해도 윤석열 정부는 항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일본의 역사인식은 ‘더 이상 아이들에게 사죄의 숙명을 지울 수 없다’는 아베 담화(2015)를 계기로 크게 후퇴했다. 그 대신 강조한 것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겠다는 ‘안보 협력’의 필요성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이에 맞장구를 치며 ‘역사는 잊고 안보 협력에 집중하자’는 아베 담화의 주장을 전면 수용하는 형태로 관계 개선을 해왔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관계를 이어갈 순 없다. 매년 한·일 국민들의 상호인식을 조사해온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올해 보고서를 보면, ‘역사문제 해결 없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이 2023년 29.6%에서 2024년 42.1%로 치솟았다. 이런 여론을 무시하며 양보 외교를 지속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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