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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중국 ‘전기차 심장’ 비야디 “경쟁자는 테슬라·현대차 아닌 우리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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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2일 중국 선전 비야디 본사에 온 방문객들이 로비에 전시된 차량을 구경하고 있다. 선전/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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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홍콩과 맞닿은 중국 남부 선전의 비야디 본사 한쪽의 밀폐된 공간에서 작은 실험이 진행됐다. 바늘로 비야디의 ‘블레이드 배터리’와 타사의 삼원계 배터리를 관통하는 비교 실험이었다. 삼원계 배터리가 바늘에 찔리자 불꽃과 함께 큰 폭발이 일어난 것과 달리, 비야디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바늘이 통과해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 실험은 비야디가 자랑하는 리튬인산철을 이용해 칼날 모양으로 만든 블레이드 배터리의 안전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약 30분마다 한 차례씩 진행된다. 비야디는 2020년 블레이드 배터리를 개발해 낮은 효율이지만 싼 가격과 높은 안전성을 장점으로 내세워 왔다. 비야디 쪽은 “블레이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낮지만, 가격이 더 싸고 안전성은 훨씬 높다”며 “최근에는 개발을 거듭해 에너지 밀도도 삼원계 배터리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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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중국 선전의 비야디 본사 전시관에 ‘기술이 왕이다, 혁신이 근본이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주변에는 각종 특허증이 붙어있다. 선전/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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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비야디가 지난 20~23일 주중 한국 특파원 10명과 한국 취재진 30여 명을 본거지인 선전과 충칭에 초대해 본사와 자동차 공장, 배터리 공장 일부를 공개했다. 2016년 한국 상용차 시장에 진출한 비야디가 9년 만에 승용차 시장 진출이라는 ‘진검 승부’를 앞두고 여론 조성에 나선 것이다. 김태년 의원(민주당) 등 한·중의원연맹 소속 의원 8명도 지난 22일 비야디 본사를 방문해 전시관 등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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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중국 선전 비야디 본사 전시관에 차량 기술을 설명하는 모형이 전시돼 있다. 선전/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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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비야디가 가장 강조한 것은 ‘기술력’이었다. 비야디는 본사와 공장, 전시관, 연구소 등에서 자동화된 압연 시스템, 충돌안전 실험, 배터리 실험, 자동 평행주차 시스템,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 등을 보여줬다. 공장과 전시관 곳곳에는 ‘기술이 왕이다’((技術為王)라는 문구가 크게 쓰여 있었다.



임직원 90만명이 근무하는 비야디의 공장과 본사 등의 분위기는 젊고 활기가 넘쳤다. 비야디는 중국 본토 상장 기업 중 직원 수가 가장 많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28살에 불과하다. 임직원들은 비야디의 경쟁사가 누구인지 묻는 말에 “비야디의 경쟁자는 테슬라나 현대차가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이다”라는 답을 내놨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중국 전기차 회사 비야디에 입사한 리룽셴(23) 연구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시장 분석 업무를 맡고 있다는 리 연구원은 비야디가 “앞선 기술력으로 한국 시장에서도 꼭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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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반응이 허세만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비야디는 직원 90만명 중 12%인 11만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현대차의 연구·개발 인력은 전체 직원의 6~7% 수준이다. 막대한 대학졸업자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 등이 10%가 넘는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할 수 있는 비결로 보였다. 비야디는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에만 201억위안(3조8800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올해 비야디가 연구·개발에 500억위안 이상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야디는 이런 기술을 양왕, 팡청바오, 덴자 등 여러 하위 브랜드에 나눠담고 있다. 현대차의 제네시스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양왕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U8’은 최근 수륙양용 기능과 360도 제자리 회전 기능 등으로 주목받았다.



1994년 배터리 회사로 시작해 2003년 중국의 한 작은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면서 자동차 회사가 된 비야디는 현재 전기차와 배터리, 각종 전자기기 등을 생산하는 종합회사로 성장했다. 비야디는 2020년 코로나19 발생 직후 생산망을 빠르게 회복하며 급격하게 성장했고, 2022년에는 아예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했다.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생태계가 구축되면서 전기차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공급망을 갖춘 비야디가 최대 수혜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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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폭발적인 성장이 이어졌다. 2020년까지 연간 생산량 40만~50만대로, 그저 그런 중국의 자동차 회사 중 하나였던 비야디는 해마다 두 배 안팎으로 생산량을 늘려 지난해 302만대, 올해 400만대를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임직원 수도 2020년 22만명에서 올해 90만명으로 4년 만에 4배로 커졌다. 이런 성장을 바탕으로 비야디는 지난해 4분기 세계 1위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생산량에서 앞섰고, 올해 3분기에는 매출에서 테슬라를 앞질렀다. 배터리는 부문은 중국 시에이티엘(CATL)에 이어 세계 2위로, 엘지(LG) 에너지 솔루션(3위)에 앞서있다.



최저 8만위안대(약 1550만원) 전기차를 내놓고 있는 비야디는 유럽과 동남아, 남미, 중동 등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선전 비야디 본사와 공장들은 대형 쇼핑몰이나 유명 관광지처럼 여러 피부색과 다양한 패션을 한 이들로 붐볐다. 사업 협의나 취재, 견학 등을 위해 비야디를 방문한 이들이었다. 21일 공장에서 만난 한 대만계 오스트레일리아인은 “인도, 싱가포르 등 각국 딜러들과 함께 비야디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며 “2022년 비야디 전기차가 오스트레일리아에 진출했고, 현재 테슬라에 이어 판매량 2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한 세관의 은퇴 직원들도 단체로 22일 비야디 본사 전시장을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전 신청을 해야 비야디 전시관을 둘러볼 수 있는데, 날마다 천여 명 가까이 이곳을 방문해 비야디의 제품과 역사, 성공 비결 등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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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 비야디 본사 전시관에 비야디의 연간 매출액 증가를 보여주는 그래픽이 전시돼 있다. 선전/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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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산업은 가파른 성장만큼이나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견제를 받는다. 유럽은 지난달 기존 10%였던 관세를 최대 45.3%로 인상했고,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를 거의 수입하지 않지만 지난 5월 관세를 100%로 올리기로 했다.



중국은 보복, 우회, 대체 등 3가지 전략으로 대응한다. 중국은 지난달 프랑스산 코냑 등 유럽연합(EU)산 브랜디에 대해 30.6∼39%의 반덤핑 관세를 잠정 부과했고, 유럽연합산 돼지고기와 유제품에 대해서도 반덤핑·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유럽산 중대형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관세도 현재 15%에서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덴마크, 독일 등 유럽 각국을 타깃으로 한 것이며, 유럽연합을 대화 탁자로 끌어내려는 유인책이기도 하다. 중국 상무부는 “모든 요소를 고려한 뒤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에 공장을 지어 관세 장벽을 넘는 ‘우회’ 방식도 추진한다. 이는 중국 전기차 회사의 세계 시장 도전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 비야디는 올 들어 태국과 우즈베키스탄에서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튀르키예와 브라질, 헝가리 등에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튀르키예·헝가리·우즈베키스탄은 유럽연합, 브라질은 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도 한다. 비야디는 미국에 접한 멕시코에도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으로 셈법이 복잡해졌다. 트럼프 당선자는 멕시코에서 중국 전기차를 만들더라도 100% 이상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또다른 중국 전기차 회사 니오는 독일에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고, 지리자동차는 영국에 있는 자회사 ‘로터스’에서 고급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상하이 자동차도 유럽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은 환경적 이유로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이어서, 중국 전기차 회사들의 핵심 시장 중 하나이다.



새로운 시장이나 수요를 개발해 유럽연합과 미국을 ‘대체’하는 방안도 있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동 등은 중국이 일찍부터 자국 전기차의 주요 시장으로 공략해 왔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전기차보다 가격이 싼 중국산 전기차는 개발도상국이 집중된 이들 지역에서 이미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는 타이(태국) 전기차 시장의 76%, 인도네시아 시장의 42%, 말레이시아 시장의 44%, 싱가포르 시장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선전/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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