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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사설] 준조세 손질 미적대는 국회는 누굴 대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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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법정부담금 구조조정이 국민 기대와 달리 공회전만 돌린다고 한다. 25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18개 부담금 폐지 관련 21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의사당 서랍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여야가 그나마 논의에 들어간 것은 학교용지부담금,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담금, 출국납부금뿐이다. 나머지는 논의가 언제 시작될지 기약조차 없다.

법정부담금은 준조세로 불린다. 국민과 기업에 부담을 안기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어서다. 특정 공익사업을 추진할 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민간에 과도한 짐을 지우고 낭비적 사업 운영을 구조화하는 폐단이 여간 크지 않다. 영화관 입장권에 들어있는 영화발전기금(3%)도 이런 맥락이다. 영화 경쟁력은 시장 원리에 의해 확보되는 것이 당연하다. 한류· K팝을 앞세운 대중문화 경쟁력이 세계적으로 통하는 시대가 된 만큼 더더욱 그렇다. 만에 하나, 이런 유형의 기금이 필요하다 해도 정부 예산에서 충당할 일이다. 준조세를 들이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법정부담금 제도가 도입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적 빈국이던 1961년의 일이다. 1970~1980년대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꼼수 증세’ 방편으로 쓰여 왔다. 워낙 가난했던 시절이고, 재정 여력도 없었던 만큼 이런 과거사는 이해할 측면이 있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무분별한 신·증설과 오남용을 막기 위해 정부가 부담금관리기본법 시행에 들어간 것은 2002년이다. 하지만 그 후로도 부담금 중독증세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2002년 7조4000억 원의 징수 실적이 올해 24조6000억 원(계획)으로 3배 이상 커진 것이 단적인 증표다.

법정부담금 역사·배경으로 미루어 정부가 칼을 빼든 것은 대견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18개 부담금을 폐지하고 14개는 감면하는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부담금 축소가 일차적 목표다. 법률 개정이 필요 없는 12개 감면 사항은 시행령을 바꿔 7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현재 3.7%에서 내년 7월 2.7%까지 단계적으로 1.0%포인트(p) 인하되는 전기요금의 전력기금부담금요율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대다수 부담금제도 손질에 입법 지원이 절대적이란 점이다. 입법 권력을 쥔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무위로 끝나게 마련이다. 작금의 국회 상태를 보면 각종 이해집단에 포획된 정치권이 국민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최소한의 책무도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부담금의 존속 기한(최대 10년)을 의무화하고 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부담금법 개정안 통과도 불투명하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한다.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해 행정부를 감시하고 예산 낭비를 막을 책무도 있다. 하지만 현실의 국회는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준조세 손질을 미적대는 국회는 대체 누굴 대표하는지 묻고 싶다. 설상가상 사례도 불거진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주 정부안에 없던 지역화폐 발행지원 예산 2조 원을 반영한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납세자 부담을 늘릴 엉뚱한 힘자랑이다. 국민 혈세 부담을 덜기 위해 싸우는 입법부는 대체 어디서 찾아야 하나.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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