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를 진행하는 것뿐 아니라, 고인을 편히 모시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 또한 장례지도사의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음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노트’에는 이런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69세 남성 스나다 도모아키씨는 위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그는 ‘엔딩노트’에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쓰면서 세상과의 이별을 담담하게 준비한다. 그는 여행을 하고, 손녀들을 안아주고, 자신의 장례식 초청자 명단을 작성한다. 엔딩노트의 마지막 글은 ‘아내에게 사랑해라고 말해주기’다. 마지막 미션까지 완수한 그는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둔다. 그는 끝까지 행복해 보였다.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서거한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해 수많은 장례를 맡아 온 유재철 명장도 다르지 않았다. 유 명장은 한 방송에서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한 후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다고 했다. “죽음을 당하는 것과 맞이하는 것은 다르다”는 말과 함께.
우리나라는 2025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전체 인구의 20%)을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현재도 태어나는 사람보다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더 많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노인은 임종 장소로 자택(38%)을 가장 선호하지만, 대부분(76.4%)은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사람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생각은 숱하게 하면서도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웰 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연명 치료를 거부하겠다는 서명을 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 존엄을 지키고 존중받는 죽음을 맞는 일은 숭고하다. 그러기 위해 생의 마지막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나연만·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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