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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대만 TSMC, 트럼프 취임 맞춰 美서 첫 이사회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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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에 적극 구애 나서

조선일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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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창사 37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이사회를 개최한다. 25일 최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TSMC의 이사인 류징칭 대만 국가발전위원회(NDC) 주임위원(장관급)은 최근 대만 입법원(국회 격)에서 “내년 2월 10일 미국에서 예정된 이사회에 참석하라는 통지를 TSMC 측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2025년 1월 20일) 20여 일 뒤에 열린다.

개최지로 미국을 선택한 배경에 트럼프 정권과의 관계 구축을 위한 고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 중 대만의 반도체를 콕 찍어 비판해 왔다. 그는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 “대만에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주는 것은 어리석다”고 발언하며 TSMC를 겨냥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트럼프 2기, 시험대 선 대만 반도체

류징칭 주임위원은 이사회 미국 개최 이유에 대해 “미국 내 신설 공장의 상황을 이사진이 직접 점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적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미국 내 생산 기지를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가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TSMC는 650억달러(약 90조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3개를 짓고 있다. 내년 초 가동될 1공장에서는 4나노미터(㎚·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급의 공정이, 2028년 가동되는 1공장에서는 2㎚급 공정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이사회 기간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전망이다. 현재 TSMC 이사회 구성원 10명 가운데 미국인이 절반을 차지한다. 마이클 스플린터 전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CEO 등 모두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의 CEO 출신이거나 학계의 권위자다. 지난 6월엔 미국 상무부 산하 공급망 경쟁력 자문위원회(ACSCC) 공동의장인 우르술라 번스와 린 엘젠한스를 이사로 영입했다.

최근 TSMC는 ‘트럼프 2기’에 대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 화웨이의 제품에서 TSMC 제조 반도체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TSMC는 즉각 중국 고객사들로부터 7㎚ 이하 첨단 칩 주문을 받지 않겠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대만 정부 눈치도

TSMC로서는 대만 정부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이다. 궈즈후이 대만 경제부장관은 20일 입법원 경제위원회에 출석해 “TSMC 2㎚ 공정이 미국에 갈 것인지 문제는 시장 수요뿐 아니라 기업의 경영적 고려에도 기반을 둔다”며 “완전히 손에 쥐지(把握) 않은 제조 공정은 바깥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2㎚ 공정 적용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만 정부는 최첨단 반도체 공정을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안보 문제와 연관 짓고 있다. 최첨단 공정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대만의 지정학적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TSMC가 미국 공장을 예정대로 돌릴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나온다.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TSMC 미국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최근 회사를 상대로 ‘반미(反美) 인종차별’ 소송을 제기했다. TSMC가 대만 직원은 우대하고 미국 직원들에게는 불리한 근무 환경을 조성했다는 이유다. 이들은 애리조나 공장 직원 22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대만인이며,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등 직무 배치나 인사 평가에 차별이 있다고 주장했다.

TSMC는 당초 내달 초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 공장의 완공식도 돌연 취소했다.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은 트럼프 반도체 정책 불확실성을 취소 이유로 보도했다.

TSMC는 미국과의 밀착 움직임을 경계하는 중국의 눈치도 봐야 한다. TSMC는 중국에 대해 7㎚ 이하 첨단 칩 판매는 중단하기로 했지만,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중국의 구형 칩 시장은 포기하기 어렵다. 중국 관영 매체 콰이커지는 24일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가 스스로 USMC(United States Manufacturing Company)가 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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