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역사의 심장’... 내달 7일 재개관
그래픽=김현국 |
파리의 상징이자, 프랑스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오는 12월 7일 재개관 기념식을 갖고 이튿날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2019년 4월 15일 큰 화재로 문을 닫은 지 2063일, 약 5년 8개월 만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1163년부터 1345년까지 180여 년간 지어졌다. 이후 860여 년 동안 프랑스의 중세와 근대, 현대사를 지켜보며 ‘프랑스 역사의 심장’이란 평가를 받아 왔다.
25일 찾은 노트르담은 여전히 복원 작업을 위해 담장을 둘러쳐 놓고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하지만 틈새로 안을 들여다보니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재개관을 앞두고 내부 정리가 한창이었다. 관광객 수백 명이 광장 앞에 설치된 관람대 위에 올라가 벽 너머의 대성당을 구경했다. 파리 시민 마티유씨는 “노트르담은 프랑스의 역사이자 정체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서 다시 미사를 드릴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석회암과 대리석으로 지어진 석조 건물이다. 하지만 지붕에서 시작된 불이 하필 목조 구조물로 빽빽해 ‘숲(forêt)’이라고 불리는 천장으로 옮겨 붙으며 피해가 커졌다. 13세기에 만들어진 천장과 납으로 만든 지붕이 대부분 소실됐고, 19세기에 만든 96m 높이의 첨탑이 전소돼 무너졌다. 불길과 잔해로 건물 구조와 내부에도 상당한 손상이 있었다. 그나마 소방 당국의 빠른 대처로 스테인드글라스 창들은 큰 화를 피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에서 주인공 콰지모도가 지내던 종탑 두 개도 피해를 면했고, 예수의 가시면류관과 루이 9세의 의복(튜닉) 등 주요 문화재와 성물도 무사히 구해냈다.
이후 5년에 걸쳐 프랑스는 자존심을 걸고 성당 복원 작업을 해왔다. 최근 프랑스 언론을 통해 일부 공개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복원을 통해 예전 모습을 거의 그대로 되찾았다. 화재 직후 복원 방식을 놓고 논쟁이 있었으나 프랑스 정부는 ‘원형 그대로 복원’을 선택했다. 이후 프랑스 최고 장인과 전통 건축 전문가 2000명이 복원 작업에 뛰어들었다. 건물 자체뿐만 아니라, 성당 내 스테인드글라스와 각종 소품, 문고리까지 모두 예전 모습을 찾았다. 8개의 종과 태피스트리(직물 벽걸이와 가리개) 등은 새로 만들었다. 전소됐던 첨탑과 이를 받치는 아치형 목재 지붕도 다시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재개장 후에도 복원 작업은 계속돼 2025년 중 끝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4월 15일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당시 모습. 건물 사이로 화염이 솟아오르고 주변에 짙은 연기가 가득하다.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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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변화도 있다. 눈에 띄게 하얗고 깔끔해졌다. 860여 년의 세월을 상징했던 때가 상당 부분 사라지면서 새로 지은 성당 같은 깔끔한 모습이 됐다. 프랑스 매체들은 “파리 시민 사이엔 ‘내 기억 속 모습과 너무 다르다’ ‘차갑고 공허한 느낌이 든다’는 등 부정적 반응도 나온다고 전했다. 복원된 첨탑에 올라간 새 수탉 풍향계를 놓고도 “황금색으로 너무 번쩍거린다”는 지적이 있다. 기존 수탉은 청동녹이 슬어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비슷한 초록이 되어 있었다.
프랑스 정부는 본래 지난 7월 파리 올림픽 개막 전에 노트르담의 문을 다시 열려 했다. 2019년 4월 화재 직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5년 안에 성당을 재건하겠다”고 선언했고, 불과 며칠 만에 전 세계에서 8억5000만유로(약 1조2500억원)가 넘는 복원 기금이 모였다. 하지만 복구 작업 중 화재로 인한 건물의 구조적 손상이 추가 발견됐고, 납과 참나무 등 기존 건축에 쓰였던 자재를 가능한 한 그대로 구해서 쓰려다 보니 보수 작업은 계속 지연됐다.
그래픽=김현국 |
노트르담 대성당은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트 언덕과 함께 파리의 필수 관광지로 꼽힌다. 대성당 측은 재개관 직후에 방문객이 몰릴 것에 대비해 첫 주인 다음 달 8~15일엔 오후 10시까지 개방할 예정이다. 또 방문객 수를 조절하기 위해 온라인 예약을 받는다. 예약은 방문일 이틀 전부터 가능하다. 단체 방문객은 내년 2월부터 받을 예정이다. 대성당측은 “매년 1500만명의 방문객이 노트르담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논란이 됐던 재개관 입장료는 받지 않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노트르담 대성당 입장객 한 명당 5유로(약 7300원)씩 입장료를 받으면 연간 7500만유로(약 1100억원)를 확보해 종교 문화재 보전에 쓸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프랑스 천주교회 측은 “성당은 모든 이에게 항상 열려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돈을 받는다면 교회의 소명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현재까지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투입된 자금은 7억유로(약 1조300억원)에 달한다.
프랑스 정부는 재개관식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초청하기도 했다. 인류 문화유산으로서 노트르담 대성당의 복원과 재개관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취지였다. 교황은 그러나 지난 23일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행사에는 불참한다고 밝혔다. 에리크 드 물랭보포르 프랑스 주교회의 의장은 “재개관 행사의 주인공은 노트르담 대성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교황의 뜻”이라며 “교황은 자신이 참석해 행사의 본질을 흐리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프랑스 파리의 하중도(河中島)인 시테섬에 위치한 가톨릭 성당이다. 노트르담(Notre-Dame)은 ‘우리의 성모(聖母)’라는 뜻으로, 성모마리아에게 봉헌된 성당이란 의미를 갖는다. 주교가 머무는 교구의 중심 성당이기 때문에 ‘대성당’이다. 루이 7세 때인 1163년 착공, 필리프 6세 때인 1345년 완공됐다. 현재 프랑스에 남아 있는 교회 건축물 중 여섯째로 오래됐다. 크기(면적 기준)로는 프랑스에서 다섯째다. 유럽 중세 고딕 양식의 대표적 교회 건축물로 손꼽힌다. 웅장한 두 개의 종탑, 입구와 파사드(외벽)의 수많은 부조, 96m 첨탑,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높은 천장과 석조 아치, 금과 대리석으로 꾸며진 중앙 제대 등이 유명하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배경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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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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