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협박한 휴대전화 추적하니 불법 대부업체가 사용한 대포폰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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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홀로 6세 딸을 키우다가 사채업자들의 불법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S모(35)씨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조직폭력배가 가담한 불법 대부업체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9월 S씨, S씨 가족·지인 등에게 빚을 독촉하며 협박·욕설 문자 등을 보낸 대포폰 번호 중 하나는 한 불법 대부업체가 주로 사용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번호는 ‘김태풍(풍실장)’이라는 명의로 등록됐는데, 소셜미디어에는 이 번호로 S씨와 유사한 피해를 당했다는 증언이 여러 개 올라왔다. 한 피해자는 ‘지인도 풍실장에게 94만원을 빌렸는데 이자를 더 받겠다며 지인과 지인 남편 실명을 거론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악의적인 허위 사실과 채무 문자를 무작위로 보냈다’고 했다. ‘풍실장은 돈 빌릴 때 수치스러운 동영상도 받아낸다’는 피해 증언도 있었다.
이 불법 대부업체는 대부업계 사이에서 ‘원금의 수십 배를 받아내기 위해 채무자 가족·지인 등에게도 폭력과 협박을 일삼는 사채업자’로 유명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S씨가 당한 범행은 전형적인 불법 사금융 범죄단체 조직의 운영 수법”이라며 “총책 밑에 전화팀·대포 통장 및 휴대폰 관리·현금인출 수거 전달팀 등 비대면·점조직 형태로 운영돼 윗선 추적이 쉽지 않다”고 했다. S씨에게 빚 독촉 전화를 해왔던 번호 중 상당수는 대포폰이며, 경찰 추적을 피할 목적으로 이미 번호 계약이 해지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른바 ‘MZ 조폭(30대 이하)’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들이 관여된 범죄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조폭은 유흥업소, 불법 오락실 등이 주요 수입원이었다. MZ 조폭은 불법 기업 인수 합병이나 금융 투자업, 주가조작, 사이버 도박 등 다양한 곳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는 방식으로 조폭 운영 기조가 바뀌면서 불법 대부업 관리 시장에도 손을 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불법 대부업으로 연 1500% 폭리를 취하고, 돈을 갚지 못하면 “여자친구를 섬에 팔아 버리겠다”는 등 협박을 일삼은 MZ 조폭 4명을 구속 기소한 바 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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