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학교육지원센터장 |
텔레비전을 켜면 아이들 인성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접하곤 한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현실과 괴리된 것들도 다소 존재한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는 전국 10개 마을에서 농업·농촌 가치 확산 및 인성교과 과정을 연계한 ‘농촌 특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그중 남원시의 ‘만행산상신마을 만행산천문체험관(이하 만행산천문체험관)’을 방문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한 산동초등학교 전교생과 교원들은 35명이었다. 장현근 관장은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살아 숨 쉬는 학습 방식으로 진행했다. 아이들이 생뚱맞은 말을 해도 “창의적이네요”라고 답하며 친밀감을 형성해 나갔다.
그렇게 45분 수업이 끝나고 주어진 15분간의 쉬는 시간. 아이들은 바로 옆 계곡에서 동·식물들을 관찰하고 물장난을 치면서 즐겁게 지냈다. 쉬는 시간에 깨끗한 물·자연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이후 ‘숲 생태실습’이 이어졌다. 초등학교 저학년에 적합하게 체험활동 재료와 도구들이 준비돼 있었다. 현장에는 9개의 서로 다른 돌과 고사리·이끼류·일부 야생화를 포함한 흙덩이, 그리고 실체현미경 3대까지 놓여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가 전국 10개 마을에서 인성교과 과정을 연계한 ‘농촌 특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한국농어촌공사] |
9개의 돌은 표면에 깨끗한 돌을 시작으로 ‘지의류’나 ‘이끼류’가 덮여 있는 돌이 순차적으로 배치돼 있었다. 관장은 그 돌을 활용해 숲이 어떻게 탄생되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숲 생태 체험학습을 마치며 학생들에게 “여러분은 숲의 구성 요소 중에서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었다. 오늘 체험학습의 핵심에 관한 질문이었다.
관장은 체험학습 내내 “숲의 주인공은 야생화나 나무가 아니라 그들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의류, 선태류, 양치류, 균류 등이다”라고 강조했다. 지의류가 있는 곳은 선태류가 그 자리를 빼앗고, 선태류가 자리한 곳 위로는 고사리류가 번성한다. 그런 다음에야 꽃이 피는 야생화가 존재하고, 이후 작은 나무, 큰 나무까지 살 수 있는 숲이 된다는 설명이다.
관장은 학생들이 숲의 야생화·나무가 아닌 지의류·이끼류와 같은 요소가 되고 싶다고 답하길 바랐겠지만,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나무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자 관장은 곧바로 질문을 이어갔다. “나무가 있으려면 바위가 부서져 흙이 돼야 하는데 이것을 누가 해 주지요?” “지의류요” “맞아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숲의 구성 요소들처럼 다양한 직업이 있어요. 각자 역할을 숲의 지의류처럼, 이끼류처럼, 버섯처럼 충실하게 하면서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면 되어요”라는 말을 주고 받으며 체험학습을 마쳤다. 관장이 숲의 구성 요소와 사회의 다양한 직업을 연계할 때 깨달았는데, 바로 숲 생태주의에 대한 실천이었다.
만행산천문체험관에서 시범 적용된 ‘생태·천문·역사’ 체험학습이 끝나자마자 나는 인성교육 담당자에게 이곳 체험 프로그램을 우수사례로 추천했고, 대학교수에게는 “ESG 관련 교육활동을 이곳에서 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만행산천문체험관의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소싯적 ‘광한루에 대한 추억’에서 세월이 흐른 지금은 ‘인성교육으로 거듭나는 남원’을 접할 수 있었다. 이 밖에 전국 10개 마을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각 마을 사무장에게 문의하면 된다. 본 프로젝트의 총괄 한국농어촌공사 이미선 부장은 살아 숨쉬는 농산어촌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인성교육 체험프로그램에 학부모 및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하였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가 전국 10개 마을에서 인성교과 과정을 연계한 ‘농촌 특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한국농어촌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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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철은
우리나라 최남단 보배의 섬 진도군 조도(鳥島)에서 성장했고 중학교 졸업 후 뭍으로 유학왔다. 현대그룹 등에서 10여 년의 실무경험을 쌓고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조교수, 고려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학교육지원센터장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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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학교육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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