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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라이프 트렌드&] "의료비에 눈앞이 깜깜"…고3 수험생의 버팀목 되어준 'SOS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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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복지재단 ‘위기가정과 함께 간다, SOS위고’ 통해 교실 대신 병실 지킨 학생의 꿈 지켜줘



12년간 연락 끊겼던 아빠의 비보

간병·알바 병행한 학생 긴급 지원

72시간 골든타임내 의료비 전달

중앙일보

민서 아빠의 남은 치료비를 해결해준 ‘SOS위고’는 ‘SOS We Go’의 줄임말로, 위기가정과 함께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① 민서가 이랜드복지재단에 보낸 감사 편지. ② 아빠 병상을 지키는 민서 모습. ③ 민서 아빠의 진료비 영수증. [사진 이랜드복지재단]


“9월 모의고사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담임 선생님께서 지원 가능한 대학들을 적어 주시던 중이었죠.” 민서(가명)는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를 받을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한 아빠의 보호자를 찾는 전화였다. “환자분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로 계속 연락을 시도했는데, 아무도 받지 않으셔서… 마지막으로 걸어본 번호예요.” 이 한 통의 전화가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민서의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처음에는 병원에 찾아가야 할지 많이 망설였어요. 12년 동안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때를 되돌아보는 민서의 목소리는 떨렸다. 결국은 아빠를 찾아갔다. 아빠 휴대폰의 연락처 목록에 자기의 전화번호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주저하던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병원에 가보니 아빠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상태였다. 하지만 막막했다. 부모님의 이혼 후 첫째 언니와는 연락이 끊긴 상태였고, 엄마는 “이제 와서 내가 왜?”라며 지원을 거부했다.

결국 고3인 민서가 아빠 곁을 지키기로 했다. “아빠가 제 번호를 지우지 않으셨다는 게 마음에 걸렸어요. 제가 아빠 옆을 지켜야만 할 것 같았어요.”



퇴원도 일상 복귀도 힘든 상황서 큰 도움



아빠 옆을 지키기 시작하면서 민서의 하루하루는 이전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오전 7시 아빠 약 복용 돕기, 오후 3시 링거 교체, 밤 11시 마지막 체온 체크.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했다.

고된 하루하루가 이어졌지만 민서는 대학 진학의 꿈을 놓지 않았다. “그때는 친구들이 보내주는 단체 카톡 문제 풀이가 저의 유일한 공부였어요. 가끔 교실 창가에 걸린 디데이(D-Day) 숫자가 자꾸 떠올라서 한참을 울기도 했죠.”

그럴수록 민서는 대학 진학의 꿈을 더욱 다졌다. 아빠가 깨어나면 ‘아빠, 저 곧 대학생 돼요’라고 자랑하자며 힘을 냈다.

하지만 치료비가 민서의 어깨를 내리눌렀다. 한 달에 받는 아르바이트 급여는 70만원. 1000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다행히 치료비 중 970만원은 정부의 긴급의료비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은 300만원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었다.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전화가 걸려왔어요.” 퇴원도, 일상으로 복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있을 때, 이랜드복지재단의 ‘SOS위고’ 프로그램이 도움을 전해왔다.

‘SOS위고’는 ‘SOS We Go’의 줄임말로, ‘위기가정과 함께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랜드복지재단이 지난 2014년에 시작한 사업으로, 갑작스럽게 위기 상황에 처하게 돼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신속하게 지원한다. 실직·질병·재난 등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가정에 72시간 이내 현장 방문과 지원을 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랜드복지재단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서는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의료비 문제는 72시간이 골든타임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SOS위고는 지난해에만 3500여 가정을 지원했으며, 이 중 40%가 의료비 지원이었다.



아빠는 기초생활수급자 선정돼 치료 이어가



‘SOS위고’의 신속한 지원으로 민서와 아빠는 남은 치료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 민서 아빠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안정적인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현재 민서 아빠는 요양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딸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눈시울을 붉히며 민서 아빠가 한 말이다. 12년 전부터 끊어졌던 부녀의 연이 다시 이어졌다.

민서는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 “SOS위고처럼 저도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고 싶어요. 제가 받은 도움을 다른 분들께 돌려드리고 싶어요. 저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분들이 희망을 찾으실 수 있게요.”

이랜드복지재단의 긴급 지원은 한 가족의 해체를 막았을 뿐 아니라 한 청년의 꿈을 지켜냈다. 이랜드복지재단 관계자는 “때로는 가장 어두운 순간이 더 밝은 곳으로 이끄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라며, “민서의 경우는 우리의 작은 관심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라고 말했다.

김승수 중앙일보M&P 기자 kim.se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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