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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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두차례 연기된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2년 더 유예하자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시행 유예론의 주된 이유는 ‘과세 인프라 미비’다. 현재 국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과세 당국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은 비슷한 한계 속에서도 이미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하고 있다. 과세 유예론이 실은 증세에 대한 반발 여론을 피하려는 정치적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처럼 결국 민심을 따를 거면서 힘겨루기 할 필요가 없다.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민심’으로 간주하며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한 것이다. 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를 하되 공제선을 연 250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올려 가상자산 거래자들의 세 부담을 줄여주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외 거래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은 과세 유예의 이유가 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이달 초 발간한 ‘주요국의 디지털자산 과세제도’ 보고서에서 “인프라 구축 미비를 이유로 과세를 유예하는 건 국제적인 현황과 비교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영국·독일·오스트레일리아(호주)·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인프라 부실 속에서도 가상자산 거래 소득에 대한 과세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과 영국은 가상자산 양도 차익을 부동산, 주식, 채권 등의 자산을 처분해 발생하는 소득과 동일하게 분류해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은 가상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한다. 국경 없는 거래 탓에 세원 파악에 한계가 있으나 ‘소득에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대원칙 아래 과세의 첫 단추를 끼우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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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들은 과세와 함께 인프라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납세자 신고 의무 강화와 블록체인 분석을 위한 도구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세원 파악을 위한 국가 간 공조도 활발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주요국에서 나타나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역외 탈세 움직임에 주목하며 회원국 간 공조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논의를 이끌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예측이 어려운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과세를 시행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능한 범위에서부터 과세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정처는 “두차례 연기된 과세를 또 유예하는 것은 조세정책의 신뢰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예정됐던 과세를 두번이나 유예한 마당에 과세 인프라 미비를 주장하는 것은 정치권의 핑계에 불과하다”며 “경기 하강으로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 여야 모두 세 부담 완화 경쟁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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