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건설부동산부
한강의 스카이라인이 또 한 번의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2010년대 후반 이후 한강 변 곳곳이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최고 35층), 아크로리버파크(38층), 성동구 서울숲 트리마제(47층) 등 ‘고층’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한 것이 1차 대전환이었다면 2차 대전환은 변화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구 압구정, 송파구 잠실 등 한강 변 곳곳에서 ‘초고층’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압구정 2~5구역 재건축이 연말부터 줄줄이 정비계획 심의를 받을 예정이어서 몇 달 후에는 미래 한강 스카이라인의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각 조합은 69~70층 재건축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규모가 가장 큰 압구정 3구역이 제시한 최고 높이는 290m에 달한다.
290m라는 숫자로 그 위용을 상상하기 힘들지만 따져보면 실로 엄청난 높이다. 현재 한국에서 이보다 높은 건물은 서울 롯데월드타워, 여의도 파크원, 부산 해운대 엘시티,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해운대 아이파크 정도가 전부다. 한강 변 최고 아파트인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로, 용산구 이촌동 첼리투스의 높이는 최고 200m다. 압구정 일대 조합들의 제안이 실현된다면 한강 변에 ‘마천루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수밖에 없다. 마천루가 만들어내는 도시 경관은 한 도시의 역량, 나아가 국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 받는다. 획일적인 높이 규제 탓에 ‘병풍’이라 불렸던 예전 한강 스카이라인을 떠올리면 현재 국력에 맞게 경관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사유 재산인 아파트에 의해 한강의 스카이라인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이 아파트들은 외부에서 한강으로 향하는 보행·차량 동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도시 경관은 시민이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 따라서 ‘한강 경관의 사유화’ 우려도 틀린 말이 아니다. 미래의 한강 스카이라인은 지금처럼 모든 시민이 누리는 공공재일 수 있을까. 서울시가 적절한 경관과 공공성을 고루 갖춘 계획을 세우기를 기대한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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