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 입장 바꿔 의장 제안 ‘논페이퍼’ 수용
정부간 협상위(INC) 회의 내달 1일까지 진행
정부간 협상위(INC) 회의 내달 1일까지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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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부산)=이태형 기자]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 협상이 첫날 ‘협상의 출발점’에 합의하며 예상보다 속도를 냈다. 그러나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 의장단이 협약에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하는 대신 일반 원칙을 선언하는 타협안을 제시한 만큼 구체적인 감축 시기와 비율 등을 담은 강력한 협약 도출은 어려울 전망이다
26일 정부와 협상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오후 회의에서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INC 의장이 제시한 ‘논페이퍼’(Non-paper)를 기초로 협상하기로 합의했다.
협상위에서 의사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지는데, 한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가 논페이퍼를 수용한 가운데이에 반대하던 산유국들도 입장을 바꿔 수용키로 한 것이다.
논페이퍼는 77쪽에 달하는 협약 초안을 17쪽으로 정리한 협상 촉진용 문서다. 당초 산유국들은 논페이퍼가 아닌 초안을 협상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쿠웨이트 등 이른바 ‘유사동조그룹(LMG, Like-Minded Group)’은 논페이퍼에 지속해서 이견과 우려를 표명하며 초안을 토대로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초안 논의는 결국 합의를 지연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왔다.
이에 더해 러시아도 논페이퍼와 초안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면서 ‘플라스틱 생산 규제’와 관련된 내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문안에 이견만 3686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77쪽짜리 초안을 기초로는 5차 협상위 기간 내 성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협상이 기한 내 끝나지 못하거나 아예 타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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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5차 협상위가 시작되고 산유국과 보조를 같이하던 중국이 서면을 통해 논페이퍼와 초안을 모두 협상의 기초로 활용하자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추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은 1차 플라스틱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하는 플라스틱 원료) 생산 규제와 관련해 논페이퍼에 담긴 문구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규제는 협상 최대 쟁점으로, 논페이퍼에는 ‘전 주기에 걸쳐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1차 폴리머 공급을 관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중국의 입장 변화와 관련해선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맞춰 환경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협상에서 미국 대표단은 각 국가가 자체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 8월 온실가스처럼 플라스틱과 관련해서도 전 세계적 감축목표를 세우는 방안을 미국이 지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지만, 산업계가 원하는 쪽으로 입장이 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단 논의의 시작점에는 합의했지만 국가별 입장차가 첨예해 합의에 이르더라도 선언적인 내용만 담기고 세부 사항은 추후 논의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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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표단 수석대표인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협상위에서 성안되는 협약에 1차 플라스틱 폴리머 등을 특정 연도까지 일정량 감축하기로 하는 ‘정량적’ 목표가 설정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김 장관은 “숫자를 갖고 협상하면 합의가 이뤄지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협약에 수치가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는 국제사회에 일회용 등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별도 의정서에 목록화하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별도 의정서에 불필요한 플라스틱 목록, 줄여가야 하는 플라스틱을 목록화하자고 유엔환경계획(UNEP)에 제안했다”며 “그게 어렵다면 (협약에) 불필요한 플라스틱 정의를 규정하고 후속 작업을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5차 협상위에는 177개국 정부대표단을 비롯해 3500여명이 참여해 오는 12월 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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