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도 1년 만에 차기 행장 선임 '깜깜이'로
김기홍 회장 3연임…당국 "후보자 선정 시점 등 따져봐야"
금융권 주요 경영진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경영승계 절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새로운 인물 등장 가능성 뿐 아니라 금융당국 주도로 개선된 경영승계 절차(지배구조 모범관행)가 처음으로 적용되는 까닭이다.
특히 주목받는 곳은 행장 교체가 임박한 우리은행이다. NH농협은행도 행장 교체 가능성이 있어 관심이 가는 곳 중 하나다. 앞서 지주 회장 3연임을 결정한 JB금융에 대해선 절차를 두고 일부 의구심의 눈초리도 존재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현재 내부 출신 후보들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외부 인사에도 기회가 주어졌는지 등도 관심이다. 새 행장 후보자가 확정되면 개선된 경영승계 절차가 어떻게 작동됐는지에 대한 평가도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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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행장 선임 절차, 금감원 눈높이 채울까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대표추천위원회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르면 이번주 후반께 새 행장 최종 후보자를 추려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은행들이 현 행장 임기만료 최소 3개월 전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올 연말 행장들의 임기가 끝나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지난 9월부터 자추위(행장추천위원회 등) 등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등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행장 교체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새로운 행장 선임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른 경영승계 절차 개선안이 어떻게 작동됐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은 현 행장들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 취임 당시 우리은행장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행장 선임 절차를 공개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올해 우리은행장 선임에선 롱리스트나 숏리스트를 공개하지 않고 '깜깜이'로 진행된다.
현재 우리금융 안팎에선 조병규 행장 뒤를 이을 인물로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과 박장근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이정수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등 내부 인사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외부 인사에 대한 공정한 기회가 주어졌는지에 대한 평가도 뒤따를 수 있다. 금감원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만들면서 국내 은행 CEO 선임 절차와 관련해 평가·검증 기간이 짧고, 다양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며 특히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게 작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선 후보자보다 3개월 이전에 승계절차를 시작했는지 등 절차를 중심으로 보고 있다"며 "최종 후보자가 결정된 과정 등은 추후 정기검사 등에서 포괄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후보를 추천하는 사외이사들의 경우 그 동안 내부 후보자들을 볼 기회는 많지만 외부 후보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라며 "모범관행에 따라 절차를 일찍 시작하며 이전보다는 후보 검증에 시간을 가졌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기홍 JB금융 회장, 속전속결?…당국 "후보자 검증 등 따져볼 필요"
내년 3월말 임기가 끝나는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4일 3연임이 결정됐다. JB금융 이사회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해 만장 일치로 김기홍 현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JB금융 실적을 보면 김기홍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애초 높기는 했다. JB금융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보다 14% 증가한 5631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JB금융은 2026년까지 주주훤원율 45%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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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경영승계 절차는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 연말 임기가 종료되는 시중은행장들과 달리 김기홍 회장 임기는 내년 3월30일 만료지만 JB금융은 시중은행과 유사한 시점에 임추위를 가동했다.
특히 다른 시중은행들이 행장 후보도 확정하지 않은 시점에 JB금융 임추위는 김기홍 회장 연임을 확정했다.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앞서 JB금융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반영해 5년 만에 CEO 경영승계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인물의 등장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김기홍 회장 3연임으로 귀결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 회장은 은행장 등 자회사 대표를 선정하는 것보다 선임 과정에서 투명성에 더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며 "새 인물이 등장할 때 숏리스트(최종 후보군) 공개 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발표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JB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배구조 모범관행 발표 후 외부 컨설팅을 진행했고 이를 반영해 경영 승계계획을 세웠다"며 "임기 만료 4개월 전부터 임추위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시간을 충분히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부터 임추위가 시작됐고 3개월 정도의 시간을 통해 이사회가 연임을 결정한 것은 다른 곳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3개월 전에 승계절차를 시작하라는 것은 최소 3개월 정도는 후보자 검증을 거치라는 의미"라며 "최종 후보자 선정을 어느 시점으로 볼 것인지 등은 따져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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