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차량이 수거해 온 폐기물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쏟아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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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더 에이트 쇼’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함축적이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 중에서도 검은색 배변 봉투(검은 봉투)를 버리는 문제는 서울시가 겪고 있는 작금의 쓰레기 소각장 선정 문제와 아주 흡사하다.
1층부터 8층까지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에서 검은 봉투를 처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자신의 방에 두거나 엘리베이터로 다른 사람한테 내려보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각자 자신의 검은 봉투를 보관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다리가 불편한 장애 때문에 공동체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덜 되는 ‘1층’이 모두의 검은 봉투를 받아낸다. ‘1층’에 대한 고마움은 잠깐이고, 위층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악취에서 해방됐다는 행복만 누린다. 반면 ‘1층’은 갈수록 방구석을 차지하는 검은 봉투 때문에 삶다운 삶을 누리지 못한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공동체의 목표 달성 방법이 바뀌면서 ‘1층’이 더 이상 ‘루저’가 아닌 ‘대체불가’로 떠오르자 검은 봉투 반입 금지를 통보한다. 그리고 검은 봉투는 윗층 사람들의 압박에 못 이겨 공동체에 도움이 덜되는 ‘3층’에게로 간다.
서울시 쓰레기 소각장 건립 문제를 보면, ‘1층’은 지금까지 수도권의 쓰레기를 받아준 인천이었다. 그리고 2026년부터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서울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러 후보군이 있었지만 이미 소각장이 있고 서울 도심에서 멀리 있는 상암동이 최종 ‘3층’으로 선정됐다. 인천 이전에 서울의 쓰레기를 받아주던 난지도가 또다시 그 더러운 운명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수십년간 쓰레기와 살았는데 또다시 소각장이냐’며 격앙된 인근 주민들의 반응을 같은 마포구민으로서 이해 못할바는 아니다. 다만 소각장 선정 문제를 차일피일 미룰 경우 쓰레기 발생량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검은 봉투는 어느 날 아침 우리 집 안에 있을 수 있다.
서울시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미봉책이 아닌 좀 더 장기적이면서도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낼 쓰레기 대책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게다가 마포를 포함한 서울 시내 소각장 4곳 모두 내구연한을 초과해 언젠가는 폐쇄하고 신규로 지어야 할 운명이니 갈등은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내 방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모두가 외면하다가는 우리 모두 ‘3층’에서 사는 날이 점점 다가올지도 모른다.
안병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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