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작가 “비발디 ‘사계’ 들으며 ‘여름’ 제작”
백희나 작가는 인형 직접 제작 후 사진 찍어 작업
28일 부산서 韓 대표 두 그림동화 작가 만나
백희나 작가는 인형 직접 제작 후 사진 찍어 작업
28일 부산서 韓 대표 두 그림동화 작가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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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비발디 사계의 ‘여름’을 들으며 작가가 그린 ‘여름’ 그림 동화를, 마찬가지로 사계 ‘여름’을 틀어놓고 훌훌 읽다보니 다시 여름의 한 자락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아주 오래전, 아이였을 때의 여름이 떠올랐다. 한바탕 폭풍우가 휩쓸고 착 내려 앉은 듯한 고요한 풍경이 그려진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마음 한 켠이 시큰해졌다.
그림동화책 ‘여름이 온다’의 이수지 작가가 오는 28일 개막하는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을 찾는다. ‘어린이는 모든 색’이라는 주제로 90분간 부산 벡스코에서 강연한다.
이 작가의 대표작인 ‘여름이 온다’는 지난 2022년 2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어린이도서상인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특별 언급)에 선정된 그림책이다. 그 다음 달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일러스트레이터 부문)도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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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공식 출판 인터뷰에 따르면 ‘여름이 온다’는 “음악에서 시작된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내내 사계를 무한반복해 들으면서 그림을 그렸다.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음악은)매번 새로운 느낌을 줬다”고 밝혔다.
비발디의 사계 ‘여름’이 1, 2,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듯이 그림책도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있다. 첫째 장(너무 빠르지 않게)은 무더운 여름날 아이들이 마당에서 호스를 잡고 즐겁게 물놀이를 한다. 둘째 장(느리게-빠르게)에서는 갑자기 주변이 어둑해지더니 빗방울이 후두둑 내린다. 마지막 장(빠르게)에서는 거센 폭풍우가 몰아친다. 책의 첫 페이지와 끝 페이지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무대에 오르고, 내리는 컷으로 구성해 확실한 컨셉을 지켰다.
A3용지 크기의 그림책은 두께도 두툼해 무게가 꽤 나간다. ‘좋은 건 크게 보면 좋다’는 말처럼 생동감 넘치는 다양한 그림들은 몰입을 부른다. 1장에서는 천진한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이 거칠고 투박한 드로잉으로 모자람없이 표현됐다.
색종이 콜라주 외에도 아크릴, 연필 드로잉, 수채, 담채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이 사용됐다. 드로잉의 궤적은 정말 ‘거침없이’ 그렸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야성적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부분,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손이 악기 위를 현란하게 가로지르는 모습을 거센 드로잉을 휘갈겨 전달한다. 그는 “그림을 공들여서 그리는 스타일은 아니다”며 “대신 그림을 그릴 때 그 순간의 느낌, 찰나를 잡아서 종이 위에 앉히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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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정말 ‘그림책’인 것이, 각 장마다 본래 사계 ‘여름’의 소네트(작은 운문)을 아이의 일기 구절처럼 표현한 몇 마디를 빼면 오로지 그림만으로 내용을 유추해야 한다. 이수지 작가가 “말 없는 예술은 그저 모든 감각을 열어둔 채 내 몸을 훑고 빠져나가게 하면 된다”고 했듯이 개인의 사적인 감상들 모두 가치있는 ‘리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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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 3일차인 30일 토요일에는 그림책 ‘구름빵’, ‘알사탕’ 등으로 유명한 백희나 작가가 ‘어린이와 판타지’라는 주제로 역시 90분간 강연한다.
2022년에는 ‘달 샤베트’(Moon Pops)로 미국 최고 권위의 어린이·청소년문학상인 ‘보스턴 글로브 혼북 어워드’(Boston Globe-Horn Book Award)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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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작가의 작품은 ‘직접 손으로 만든 등장 인물 인형과 배경 세트를 사진으로 찍는’ 독창적인 작업방식을 따른다. 먼저 이야기와 그림이 어떤 식으로 종이책 위에 구현될 지를 ‘더미북’으로 시험해보고 2차원의 종이인형을 만들거나 입체적인 스컬피(모형제작용 점토) 인형을 만든다. 엄마 따라 간 대중목욕탕에서 그곳을 지키는 할머니 선녀님을 만나서 논다는 내용의 ‘장수탕 선녀님’에서는 실제로 목욕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 인형들을 물 속에 담근다. 스컬피는 찰흙과 달리 물에 망가지지 않아 이같은 장면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섬세한 연출 역시 돋보인다. 장수탕 선녀 할머니는 ‘선녀’답게 정수리에 고리 모양으로 머리카락을 틀어올리는데, 냉수탕에서 폭포수를 맞을 때면 이 머리가 아래로 축 처지고, 물 속으로 잠수하는 장면에서는 꼿꼿이 위로 서는 ‘미친 디테일’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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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계모가 틀림없는 ‘나이든 여인’과 함께 사는 ‘연이’라는 조그만 여자애는 구박을 당하면서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한 겨울에 상추를 구해오라는 막무가내 명령에 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버들도령’을 만난다. 따스한 봄의 정령같은 도령이 따뜻한 밥을 한 상 차려주고, 상추도 내어준다.
연이가 상추를 갖고 돌아오자 계모는 깜짝 놀란다. 그리고 이번엔 진달래 꽃으로 화전을 만들어오라고 명령한다. 연이가 버들도령을 찾아가는 길을 몰래 뒤쫓은 계모는 다음날 동굴을 찾아가 버들도령을 죽여버린다. 재가 되어버린 버들도령 앞에서 슬퍼하던 연이에게 기적이 일어나 도령이 다시 살아난다. 그 뒤로 둘은 행복하게 살았지만 계모는 쓸쓸히 혼자 죽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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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작가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어린 아이들을 위한 작품을 만드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은 안전하다. 권선징악이 지켜지고. 평화롭고 아름답다. 제가 그런 세상에 머물고 싶었던거 같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 관계자는 “이 두 작가가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도서전에서는 두 작가를 비롯해 국내외 170여개 출판사와 110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나흘간 강연 및 세미나, 현장 이벤트, 워크숍 등이 150여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도서전 현장에는 어린이들을 위해 특별히 큐레이션 된 도서 전시가 열린다. 어린이들은 400권에 달하는 책들을 자유롭게 만지고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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