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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Why] 유엔마저… 혼돈의 아이티에서 국제기구 탈출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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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가 무장갱단의 폭력 상태로 무법천지가 됐다. 갱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티에서 활동해 온 국제연합기규 유엔(UN) 직원들마저 최근 아이티에서 대피하기 시작했다.

조선비즈

지난 15일(현지 시각)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나존 인근에서 갱단의 폭력을 피해 주민들이 집을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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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 시각) “지난 2주 동안 갱단 폭력이 급증하면서 국제 구호 단체들의 아이티에서의 인력 배치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면서 “유엔은 포르토프랭스에서 인력을 철수하기 위해 한번에 14명씩 헬리콥터로 대피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르토프랭스는 아이티의 수도로, 유엔은 이곳에서 최근까지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 국제이주기구(IOM) 등 18개 기관의 약 300명 직원과 함께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조브넬 모이즈 전 대통령이 3년 전 암살된 이후 혼란에 빠진 아이티를 구할 유일한 해결책으로 여겨졌던 유엔마저 철수를 시작하면서, 아이티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 셈이다.

유엔이 아이티를 떠나는 이유는 유엔 직원의 안전마저 심각히 위협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를 장악한 갱단은 지난 11일 포르토프랭스 국제공항에 착륙하려던 미국 민간 항공기 3대에 총격을 가해 공항이 잠정 폐쇄됐고, 지난주에는 많은 구호단체들이 기반을 두고 있는 페티옹빌을 습격했다.

유엔은 지난 11~19일, 약 9일 동안 발생한 10여 건의 조직적 갱단 공격으로 최소 22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또 유엔 이주기구는 지난 2주 동안 4만 1000명이 집을 떠났다고 밝혔다. 아이티 경찰과 케냐 주도의 다국적 치안 지원(MSS)은 이들을 압도하는 대규모 무장 갱단에 맞서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경찰, 인권, 사법 등 아이티의 다양한 분야에 관여해 온 아이티 유엔통합사무소(BINUH) 직원들은 헬리콥터를 통해 카리브해에 맞닿은 아이티 북부 도시 카프아이시앵으로 떠났다. 유엔 관계자는 직원들이 근무할 수도 밖 사무소가 없어 결국 출국하게 됐다고 NYT에 전했다.

아이티를 떠나는 건 다른 국제 구호 및 외교 인력들도 마찬가지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포르토프랭스 지역 내 5개 클리닉에서 더 이상 신규 환자를 받지 않기로 했고, 또 다른 국제 인도주의 구호 단체 머시코어도 이번 주 내에 직원들을 대피시킬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 주말 공군 C-130 수송기를 통해 대사관 직원들을 대피시켰다.

유엔의 철수에 아이티엔 실망감이 가득하다. 아이티에서 중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웨스너 주니어 자코틴 박사는 “모든 아이티인은 우리가 전 세계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외국에 있다가 언제든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나라도 떠날 것이다. 그러나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유엔은 24시간 이내에 모든 인력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원만 아이티에 남겨둔 상태다. 울리카 리처드슨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은 유엔이 여전히 하루 4만 명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있고, 자신을 포함한 최소한의 인력이 기관의 핵심 업무를 이어가기 위해 잔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이티에선 희망의 불씨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미 연방항공청(FAA)이 항공기 운항을 중단한 이후 비영리 의료 헬기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엘리스는 “우리는 수많은 대사관과 외교관들이 대피하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국제 사회가 아이티를 포기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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