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당승계 의혹 항소심 결심
“무리한 기소” “검찰 주장 모순” 비판
2025년 2월 3일 선고 예정
“무리한 기소” “검찰 주장 모순” 비판
2025년 2월 3일 선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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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지난한 법정 공방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서고 있다. 2016년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과 금융감독원 질의로 촉발돼 2020년 기소, 2024년 1심 판결까지 햇수로만 9년째다. 삼성측은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계를 위한 ‘부당 합병’이라는 오랜 꼬리표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 백강진)는 지난 25일 자본시장법 위반,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삼성그룹 임직원 등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결심 공판은 검찰측의 최종 변론, 변호인들의 최종 변론,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 순서로 6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항소심은 사실관계를 따지는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다. 대법원에서는 법리적인 문제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진실’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마지막 싸움이었던만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등 핵심 쟁점을 두고 강대강 매치가 벌어졌다.
특히 삼성측 관계자들은 최종 변론과 최후 진술에서 검찰 기소·항소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검찰측이 추가 반론 기회를 요청하자 재판부가 불허하기도 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애초부터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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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회장의 변호인인 김유진 법률사무소 김앤장 변호사가 가장 핵심 공소사실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무리하게 성사시키기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는 낮추고 제일모직의 가치는 부풀리는 등 ‘사기적 부정거래’를 저질렀다는 혐의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 기소는 4년 수사 끝에 이뤄졌다.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자본시장법 적용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면서 불기소를 권고했다”며 “항소심에서 이렇게 많은 공소사실을 변경하고 핵심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것 자체가 애초에 잘못된 기소, 무리한 기소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2020년 6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심의위원 13명 중 10명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냈다.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 대부분을 경영상 판단으로 볼 수 있어 자본시장법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원회는 무작위로 선정된 교수, 회계사, 변호사로 구성됐다.
김 변호사는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는 매우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당시 삼성이 허위정보로 투자자들의 의사 결정을 왜곡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양사의 재무상황, 지분구조는 이미 상세히 공개돼 있었다. (증권신고서) 투자 위험 요소만 200면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라며 “합병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있어 허위사실을 알리고, 실체를 은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를 대리한 유승룡 화우 대표변호사 또한 ‘전문경영인’으로서 삼성물산의 이익을 위한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물산-모직 합병이 그룹 승계, 즉 이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 대표 변호사는 “물산-모직 합병은 구(舊)물산을 위한 합병이었다. 당시 물산이 위기였다는 점은 객관적 증거를 통해 밝혀졌다”며 “하지만 검찰은 수사의 출발점이었던 ‘위기 상황’에 대해 침묵 또는 외면하고 있다. 합병의 기대효과가 오직 허울뿐이라고 폄하하며 대안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합병보다 더 좋은 대안이 무엇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더 좋은 대안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면 검찰의 주장은 공허하다”고 했다.
분식회계 공소장 변경 두고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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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 검찰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공동지배 중이었으나 이를 숨겼고, 2015년이 되자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단독지배→공동지배로 회계 기준을 바꿨다고 기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중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다. 2015년 이전에 로직스가 에피스를 단독지배 중이었어도 회계 부정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1심 재판부와 서울행정법원 모두 2015년 전까지 로직스가 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하고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로직스측을 대리하는 심경 김앤장 변호사는 “(기존과) 명백히 모순되는 공소사실을 추가한 것만 봐도 검사의 주장이 빈약하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로직스-바이오젠의 에피스 지배관계에 대한 ‘해석’은 형사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 변호사는 “금융당국이 수차례 입장을 바꿨고 검사도 공소사실을 바꿨다. (회계 처리 기준 변경은) 고도로 복잡한 회계적 ‘판단’”이라며 “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수사기관가 금융당국과 다르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미전실’은 무엇이었나…“전단적 결정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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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산-모직 합병의 ‘컨트롤 타워’로 계열사를 좌지우지 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표했다.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은 최후 진술에서 “당시 미래전략실 실장을 맡고 있던 사람으로써 사회적 논란이 생긴 점에 대해 송구하다”면서도 “미래전략실은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 감지하기 어려운 잠재적 위험을 점검하고, 계열사들과 함께 미래 성장 방안을 모색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다르지 않았다. 미래전략실의 결정이 있었으니 회사에 손해인지, 도움인지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합병을 추진했다는 것은 삼성의 어느 경영자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과 주주에 손해를 입히는 합병을 추진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엘리엇 등 일부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차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선고기일은 2025년 2월 3일 오후 2시로 정해졌다. 지난 2월 1심 판결이 나온지 1년 만에 항소심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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