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4.11.26 oks34@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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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근의 글은 단도직입에 쾌도난마다. 직설적이지만 날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 안에 따뜻함이 숨어 있다. 선동과 날조, 그리고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 우리에게 반성과 성찰을 요구한다. 그 반성과 성찰의 한가운데에는 어머니가, 고향이, 친구가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오염돼 가는 바다와 메말라 가는 도시의 정서, 인간의 오만과 탐욕에 대한 탄식이 있다.
그런 글이기에 일찌감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부탁하여 '김대중 자서전'과 '새벽: 김대중 평전'을 썼다. 폭넓은 독서 이력과 탁월한 연설로 유명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에게 필사가 돼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김택근은 8년간 '김대중 글 감옥' 수감을 자청하여 두 권의 책을 썼다.
그런 김택근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쓴 칼럼이기에 글에 관한 한 달인의 경지에 있는 이들도 찬사를 쏟아낸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쓴 소설가 정지아는 "김택근의 글은 잘 벼린 칼처럼 우리 마음에 새기게 한다"라고 말했다.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출신인 강원국은 "나는 오래전부터 김택근의 문장을 부럽게 훔쳐봤다. 읽고 또 읽었다. 베끼고 흉내 냈다"고 썼다.
중요한 것은 김택근의 글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왔다는 점이다. 혐오로 얼룩진 정치를 꾸짖고, 국가적 참사에 희생된 이들을 호명했으며, 잃어버린 시절과 자연을 노래했다. 생태계를 훼손하는 인간의 폭력을 고발했고, 달동네에서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우리 이웃을 감쌌다. 중언부언 설명하지 않고 본질에 닿으나, 인간과 자연 앞에서 언제나 겸허한 저자의 글은 맑고 예리해 어지러운 마음을 정화한다.
저자 김택근은 시인이기도 하다. 1984년 잡지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해 '경향신문'에서 30여 년간 편집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경향신문'에 연재한 동명의 칼럼 제목인 '묵언(黙言)'을 책 제목에 달았지만, 책 속에서 빛나는 그의 말은 '금언(金言)'과 같다. 동아시아. 값 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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