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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에듀플러스]글로컬대학을 찾아서⑩김성근 포스텍 총장 “글로컬대학 사업 제2 건학 발판…창의적인 괴짜 이공계 인재 육성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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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김성근 포스텍 총장은 “포스텍은 이미 태동부터 산·학·연 개념을 가지고 있던 대학”이라며 글로컬사업 수행에 자신감을 표현했다. (사진=포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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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은 지난해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된 대학 중 규모가 가장 작다. 한해 입학하는 신입생 수는 370명이다. 지난 11월 초, 경북 포항 포스텍 캠퍼스에서 만난 김성근 포스텍 총장은 포스텍이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자부했다. 대학과 학생의 글로벌화는 물론, 지자체 협력까지 내실을 갖췄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포스텍은 이미 태동부터 산·학·연 개념을 가지고 있던 대학”이라며 사업 수행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포스텍은 과거부터 다져온 산·학·연 협력 체계에 글로컬대학 사업을 마중물 삼아 '제2의 건학'을 그린다.

포스텍은 글로컬대학 사업을 토대로 제대로 된 인재 육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총장은 각기 다른 개성과 창의성을 가진 괴짜를 원한다. 그는 '남과 다른 사람', '대체 불가능한 사람'을 인재로 키워내 창의성이 무르익는 대학과 대학원, 연구 현장을 기대한다.

▲지난해 글로컬대학 선정에서 사립대 저력을 보여줬다. 선정 요인은.

-포스텍도 극심한 수도권 집중화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글로벌 최고 대학으로 변화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계획하던 중 글로컬대학 사업과 맞물려 시너지를 낸 것이 주효했다. 이를 '포스텍2.0: 제2 건학사업'으로 부른다. 포스텍은 5대 과기특성화대학 중 유일하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이 아닌 사립대로 정부의 직접적 지원과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대학의 성격을 잘 살리면 제2 건학사업을 통해 타 종합대학이나 과기특성화대학과 차별화되는 포스텍만의 정체성을 갖춘 인재 양성이 가능할 것이다.

▲포스텍 글로컬대학 모델의 차별점은.

-글로컬대학 사업 모토는 'Local Roots, Global Fruits'다. 포스텍은 글로벌 대학으로 이미 역량을 갖췄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지역 산업의 기술 혁신을 이끌고자 한다. 단순한 교육기관 역할을 넘어 지역과 동반 성장하는 혁신 주체로서 글로컬대학 사업을 잘 녹여낸 것이 포스텍의 강점이자 차별점이다.

▲포스텍의 '벽 허물기' 진행은.

-2018학년도부터 신입생 전원을 무학과로 선발한다. 학생이 자기 적성과 학업 동기를 탐색한 뒤 전공을 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올해 9월에는 융합학부를 신설해 기존 학과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학부 학생이 진로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학문과 학과 간 경계를 허물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좋은 사례인 'JA(Joing Appointment)' 제도를 2005년부터 시행 중이다. 전임교원의 경우 두 개 이상 학과에 동시 소속돼 융·복합 연구를 장려한다. 이미 많은 교수가 참여 중이다.

포스텍은 지역 교육기관 및 산업체와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협력하기 위해 '환동해 글로컬 연합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지역 전략산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한다. 한국수력원자력과는 재직자 교육과정을 시행하며, 배터리 기업인 포스코퓨처엠과는 전문 인재 육성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동시에 지역 전략산업인 친환경에너지, 바이오헬스, 차세대 IT, 기초과학 연구를 위한 글로컬 R&D센터를 설립해 지역 내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 인프라도 강화한다.

▲혁신계획안에 '글로벌 창업 퍼시픽 밸리'가 포함돼 있다. 창업을 글로컬대학의 주요 축으로 결정한 배경은.

-창업과 관련해서는 포스텍이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포스텍은 이미 수십 년 전에 포스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함께 국내 최초 산·학·연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신기술 발굴과 상업화를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한 역사가 있다.

과거에는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탄생한 원천기술이 시장에서 빛을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다르다. 개발과 상업화 주기가 짧아지는 환경에서는 대형 회사의 복잡한 의사결정보다 소규모 기업이나 스타트업의 민첩성이 유리하다. 창업은 아이디어에서 상업화로 가는 고속도로인 셈이다. 포스텍은 2021년에는 포스코와 대학 캠퍼스 내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설립했다. 국내 최고의 창업지원 서비스를 대학 구성원과 지역 기업에 제공한다.

▲글로벌 창업 퍼시픽 밸리 구축 진행 상황은.

-글로벌 창업 퍼시픽 밸리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예비 창업가에게 인큐베이팅, 스케일업 등 전 주기적 지원을 제공한다. 포스텍은 글로컬대학 사업 일환으로 학생과 교수, 동문과 지역 기업의 글로벌 창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POSTECH US 런치', '한-스웨덴 글로벌 창업포럼(SKERIC)', '피치덱컨설팅' 등 실질적인 해외 진출과 투자유치 가속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재 체인지업 그라운드에는 약 90개 이상의 인큐베이팅 기업이 있다.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이뤄지는 '스케일업 그라운드'는 2028년까지 준공한다. 예비 창업가 간 네트워킹을 통해 창업 기업이 빠르게 성장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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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의 글로벌 전략은.

-오프캠퍼스(off-campus), 패쓰파인더(PathFinder), 자율 연구 장학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오프캠퍼스는 학생들이 제한적인 캠퍼스 공간을 벗어나 국내·외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며 비대면으로 학점을 이수하는 개념이다.

올해부터는 최대 1000만원의 바우처를 제공하는 패쓰파인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생들이 해외 학술 활동과 연수 등 미래 글로벌 인재로서 경험해야 할 다양한 기회를 스스로 찾아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면 세계가전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CES)나 바이오기업 박람회(BIO USA), 노벨상 시상식 주간에 스웨덴에서 열리는 노벨위크(Nobel Week)와 같은 국제 행사에 학생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율 연구 장학 프로그램은 모든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최소 한 번의 해외 파견 기회를 얻도록 한다. 2026학년도부터는 학부 과정에서 외국인 학생 전형을 통해 우수 학생들을 해외에서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해외 유학생 유치도 빼놓을 수 없는 글로벌 전략 중 하나다. 다만, 유학생 유치가 인재를 수입한다는 개념은 지양한다. 유학생 유치는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인적 자원을 빼내 오는 것이 아니라 양 국가 간 인재 교류를 통한 협력이다. 우리보다 뒤처진 대학이라 하더라도 양방향 교류를 할 수 있다.

▲포스텍의 인공지능(AI) 시대 준비는.

-AI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선도하는 동시에 AI로 대체할 수 없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한다. 신입생 대상 AI 기본 원리와 핵심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기초필수 교과목 인공지능기초(2학점)를 2020학년도부터 운영했다. 컴퓨터 비전과 데이터 마이닝, 자연어 처리 등 AI의 주요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인공지능대학원도 같은 해 개원했다.

AI 시대와 같이 갈 수 있는 핵심 기술인 데이터 및 양자 과학 인재 육성을 목표로 올해 9월 '반 데르 알스트 데이터 및 프로세스 과학 연구센터'를 개소했다. 지난달에는 양자대학원을 새롭게 개원해 미래 과학기술의 중심에서 글로벌 리더를 키워나가려 한다.

▲이공계 인재 유출에 대한 국가적 우려가 크다. 필요한 방안은.

-이공계 인재 유출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려가 된다. 수적인 측면에서는 다른 분야로 인재가 빠져나간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지역적 측면에서는 한국을 떠나 해외로 인재가 떠나가는 이중고를 경험하고 있다.

우수 인재에 대한 보상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국가가 해결하라고만 할 수 없다. 정부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대학원생을 지원하고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려는 노력 등 여러 측면에서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포스텍은 올해부터 처음으로 신임 교수 정착에 필요한 금액을 2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렸다. 과학과 공학적 지식을 후대에 전달하는 데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추가적인 지원책을 더해 인재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포스텍의 연봉도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성과급 체계도 개선했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이공계 인재 육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교수는 물론 대학원생과 젊은 연구원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대학원 입학 장려금과 함께 국내 최고 수준의 최저 생활비를 보장하겠다. 새로운 최첨단 교육동과 연구동을 건립해 학생과 연구원의 교육 및 연구 환경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앞으로의 포부는.

-포스텍과 지역사회 간 오랜 유대는 이미 모범적인 협력 사례로 평가받는다. 지역 시민이 포스텍을 믿고 아끼는 만큼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한층 더 강화해나가겠다. 포스텍은 글로컬대학 사업을 발판으로 삼아 '제2 건학'이라는 원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현재 진행 중인 이 사업이 단기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단계별로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것이다. 포스텍이 지역과 세계를 연결해 지역과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기대와 응원을 바란다.

◆김성근 포스텍 총장

김성근 총장은 서울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물리학 석사, 화학물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1989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교수로 부임해 자연과학대학 학장,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장 등을 지냈다. 삼성 미래기술연구회장,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2023년 9월 포스텍 총장에 취임했다.

포항=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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