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달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94)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25일(현지 시각) 11억5000만 달러(약 1조6075억 원) 상당의 자사주를 세 자녀가 관리하는 4개의 자선재단에 기부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날 버핏 회장이 내놓은 버크셔 주식은 아내 이름을 딴 수전 톰슨 버핏 재단 외 3명의 자녀(딸 수지·71, 아들 하워드·69, 아들 피터·66)가 운영하는 3개의 재단에 각각 기부될 예정이며, 버핏 회장은 사후에 재산의 99.5%(1500억 달러·약 210조 원)를 기부할 준비도 마쳤다.
워런 버핏(94)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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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회장은 이날 공개한 성명에서 유언장을 미리 작성하는 것은 본인이 죽은 후에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거나 망가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버핏 회장은 미래가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갈등을 미루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버핏이 말하는 유언은 대화다. 그는 자녀가 “당신의 결정에 대한 논리와 당신이 죽을 때 마주하게 될 책임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녀의 질문이나 우려에 답하고 “신중하게 듣고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버핏 회장은 수년 동안에 걸쳐 자녀들과 많은 일을 했고, 자녀들의 피드백과 제안을 들었다. 버핏 회장은 “내 생각을 변호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나의 아버지도 나에게 똑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포천에 따르면 ‘돈’은 미국 가족들이 금기시하는 주제다. 미국인의 56%는 부모님이 돈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81%는 ‘어린 나이에 재정 교육을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시티즌스 뱅크가 1500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는 막대한 양의 돈을 스스로 관리할 자신감이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포천은 “가족 구성원이 사망한 후 슬픔에 잠긴 자식들은 형제자매들과 돈을 나누는 것을 놓고 말다툼한다”며 “유언장에 깜짝선물이 있으면 긴장은 더 심해질 뿐”이라고 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의 자녀인 하워드 버핏, 수지 버핏, 피터 버핏(왼쪽부터). /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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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버핏 회장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자신의 벗 찰리 멍거를 언급하며 “수년 동안에 걸쳐 찰리와 나는 (부모) 사후에 확인한 유언장으로 인해 수혜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때로는 화를 내면서 가족이 붕괴하는 것을 봤다”며 “특히 아들이 돈이나 중요한 지위에서 딸보다 더 총애를 받았을 때 그렇다”고 했다. 이어 “나와 찰리가 만든 ‘잘 논의된 유언’은 결국 가족이 더 가까워지는 데 도움을 줬다”며 “당신이 더 이상 답할 수 없을 때 유언 결정에 대해 자녀들이 ‘왜’라고 묻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모가 살아있을 때, 자신이 만든 유언에 대해 자녀들과 이야기를 나누라는 뜻이다.
버핏 회장의 현재 자산은 1510억 달러(약 211조829억 원) 이상이다. 버핏은 앞서 재산의 99%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공언하고 2006년부터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가족 이름을 딴 재단에 정기적으로 재산을 기부 중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의 14.4%를 소유하고 있으며, 생전에 5개 재단에 계속 기부할 계획이다. 버핏 회장이 사망할 경우 그의 자녀들은 10년 동안 남은 재산을 기부할 수 있고, 어떤 자선 목적에 사용할지는 만장일치로 결정해야 한다. 버핏 회장은 “엄청나게 부유한 부모는 자녀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남겨줘야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남겨둬서는 안 된다”고 한 바 있다.
한편, 딸 수지는 건강과 유아교육 관련 재단을, 아들 하워드는 세계 기아 문제 해결과 인신매매 방지·분쟁 완화를 위한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아들 피터는 소외된 소녀와 여성, 원주민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춘 재단을 각각 이끌고 있다.
정미하 기자(viv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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