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와 취재진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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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건 6년 전 자신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 김진성씨와의 통화 내용 (2018년 12월22·24일) 때문이었다. 백현동 개발 사업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개발 사업자인 김씨의 휴대전화에서 이 대표와의 통화파일을 확인하고 이를 문제삼은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거짓증언을 요청하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만 떼어내서 공소장을 썼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는 통화 내용 전체를 톺아보며 위증교사가 아닐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대표에게 불리한 내용만으로 공소사실을 완성한 검찰은 재판부가 설정한 사실인정의 수준을 넘지 못한 셈이다.
“시장님은 돌아가셨고”
피고인은 “저기 뭐 (김병량) 시장님은 돌아가셨고”라고 말하고, “(…)그때는 증명은 안됐지만, ‘이재명이가 한 걸로 하면 봐주자' 이런 방향으로 정리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내가 타깃이었던 거. 이게 매우 정치적인, 또 배경이 있던 사건이었던 점들을 좀 얘기를 해주면 도움이 될 거 같아”라며 본인의 일방적인 주장 내용을 반복적으로 설명하였다. (검찰 공소장)
피고인은 “어차피 세월도 다 지나버렸고, 저기 뭐 (김병량) 시장님은 돌아가셨고”라고 말하였다. (…) 피고인은 위 각 통화에서 “그냥 있는 대로 진짜 뭐, 뭐 세월도 지나버렸고”라고 말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춰보면, 앞서 본 발언의 이유나 의미를 ‘세월이 많이 지났고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김병량) 시장님도 돌아가셨으니, 이제는 사실관계에 관해 사실대로 진술해 달라’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법원 판결문)
검찰은 공소장에서 “저기 뭐 시장님은 돌아가셨고”라는 이 대표의 발언을 부각하며 ‘검사 사칭 사건의 직접 관계자인 김 전 시장이 사망했으니 위증을 해서 나를 도와달라’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그 말 뒤에 “그냥 있는 대로” 말해달라는 이 대표의 발언에 주목하며 ‘거짓이 아닌 사실대로 말해달라’는 취지로 해석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가 김진성씨에게 거짓말을 하게 할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근거가 된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
(김씨가 ‘그 당시 선거 때문에 성남시청 밖으로 나와 있어서 검사사칭 사건 이후 얘기를 잘 모른다’는 취지로 얘길 하니) 피고인은 김진성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고 말하면서 김진성이 알지 못하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내용에 관하여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허위 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하였고. (검찰 공소장)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 “아... 일단은 어, 어쨌든 그때 전체 캠프의 분위기나 전해 들은 이야기, 에... 뭐 직접은 아니지만” “당시 사건을 재구성하자는 건 아니고”라고 말하기도 한 점에 비춰보면, 앞선 발언의 의미를 ‘김진성이 직접 경험하거나 관여한 부분은 아니지만 전해 들어 알고 있는 내용에 관하여는 들어서 알고 있다고 하면 된다’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법원 판결문)
이 대표가 김씨에게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한국방송과 성남시 쪽이 협의를 했다는) 그런 애기를 들었다고 해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도 검찰은 유죄의 근거로 삼았지만 재판부는 ‘통상적인 증언 요청’으로 해석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당 발언 이후 “당시 사건을 재구성하자는 건 아니고”, “전해 들어 알고 있는 내용에 관하여는 들어서 알고 있다고 하면 된다”는 이 대표의 말도 함께 인용했다. 공소장만 보면 ‘안 들은 이야기도 들었다고 해달라’고 볼 수 있지만 다른 문장과 연결해 생각하면 ‘들은 건 들었다고 얘기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이 대표가 위증교사의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근거가 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의 입장이 담긴 변론요지서를 김씨에게 건넸고, 이 내용이 김씨의 진술서에도 포함된 것을 근거로 이 대표가 김씨에게 위증을 시킨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법원은 이 대표가 변론요지서를 건네며 “기억을 되살려 보라” “안 본 거는 이야기할 필요는 없고 김 전 시장이 어떤 입장이었는지 상기해 봐주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같이 한 점에 주목했다. 모두 검찰이 쓴 공소장에는 인용되지 않은 이 대표의 말이었다. 위증교사죄가 성립하려면 이 대표가 변론요지서를 건넨 행위와 김씨의 위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변론요지서를 건네며 내내 ‘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이 대표가 한 이상 김씨가 위증할 마음을 먹게 만드는 데 이 대표가 미친 영향은 없다는 취지다.
1심 판결 직후 검찰은 곧장 항소의 뜻을 밝혔다. 항소심에선 ‘위증교사의 고의성’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1심 재판부가 녹취록만으로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세세하게 따진 이상 검찰 입장에선 녹취록 외의 새로운 증거나 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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