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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고통 분담 없는 구조조정 : KT식 희생의 전가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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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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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

- 2023년 9월 7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

"합리적인 구조조정은 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2024년 10월 25일 국정감사 증인 출석 발언

# 언뜻 봐도 말이 달라졌다. 취임 후 "구조조정은 없다"는 의견을 설파하던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 10월 돌연 구조조정을 선포했다. '합리적인'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입장을 바꾼 건 사실이다.

# 수장의 느닷없는 변심變心은 노동자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4500명(희망퇴직 2800명+자회사 전출 1700명)에 이르는 현장 직원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KT의 둥지를 떠났다.

KT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합리적인 구조조정은 늘 해야 한다"는 김 대표의 바뀐 견해를 옹호하려는 듯 "신사업인 AICT(인공지능·정보통신)를 위해 기업을 슬림화할 필요가 있었다"는 주장만 늘어놨다.

# 원론적으로 틀린 주장은 아니다. 비만한 기업에 혁신은 숙명이다.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인적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문제는 구조조정의 쓴잔을 경영진과 노동자 중 누가 마시느냐다.

이런 측면에서 KT의 구조조정 절차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당장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면서 노동자를 사선死線에 세운 KT의 경영진은 정작 상여금‧스톡옵션 등을 통해 주머니를 두둑이 채웠다. KT의 윗선이 생존이란 미명으로 노동자에게 희생을 전가했다는 거다. '자기 모순'으로 가득찬 KT식 구조조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참고: 2023년 8월 KT 수장에 오른 김 대표는 올 상반기에만 3억3200만원의 상여금을 수령했다. 지난해 4억6600만원의 상여금을 챙긴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사내이사)은 올 상반기에도 3억3900만원을 받았다. KT 윗선이 스톡옵션을 통해 얻은 이득도 상당하다. 이 이야기는 이어지는 파트1에서 자세히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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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차야 어찌 됐든 KT의 구조조정은 '알찬 성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증권가에선 "KT가 4500명 규모의 자회사 전출과 희망퇴직으로 내년부터 3000억원 수준의 이익 개선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전례前例를 봤을 때 '이익 개선'이란 열매를 KT의 모든 노동자가 나눠가질 수 있을진 의문이다. KT가 최근 "전직원에게 상여금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전형적인 '생색내기'란 지적이 나온다. 2022년 이후 통상적으로 지급하던 돈이어서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은 실적을 과대 포장하기 위해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한 것"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 구조조정 후 영업이익이 늘면 경영진은 이를 근거로 더 많은 상여금을 받아갈 것이다. 자신들의 실적을 위해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건 비윤리적인 경영 형태다…."

# 고통 분담 없는 구조조정은 언젠가 힘을 잃는다. 리더가 희생하지 않으면 구조조정의 지속력은 오래갈 수 없다. 이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일본항공(JAL)이다.

2010년 1월, 파산한 JAL의 회생을 놓고 부심하던 일본 정부는 교세라 그룹의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에게 SOS를 쳤다. 비대해진 JAL을 구조조정해달라는 거였다.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던 노장老將 이나모리 회장(당시 78세)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놀랍게도 '연봉 포기'였고, 1100일이 넘는 JAL의 회생 작업은 거기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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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는 놀라웠다. 이나모리 회장은 8개에 달했던 사내노조를 단숨에 정리했다. 적자 노선도 과감하게 접었다. 그 과정에서 직원 4만8000명 중 1만6000명이 회사를 떠났지만 갈등은 없었다.

뼈를 깎는 혁신을 발판으로 JAL은 빠르게 회복했다. JAL은 이나모리 회장이 취임한 지 2년 만인 2012년 2049억엔(당시 환율 기준 2조2000억원)이란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파산과 함께 상장폐지됐던 JAL은 그해 9월 도쿄 증시에 재상장하는 데도 성공했다. 리더의 희생과 솔선수범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예다.

# 구조조정의 명분은 리더의 희생에서 나온다. 나눌 수 있는 자가 먼저 탐욕을 덜어내는 건 구조조정의 순리다. 특히 KT처럼 '주인 없는 회사'에선 리더와 경영진의 철학이 중요하다.

고통 분담 없는 구조조정을 거칠게 밀어붙인 KT는 과연 제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전직원 상여금'이란 생색내기식 대책이 본질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더스쿠프가 視리즈 파트1 'KT 구조조정: 달콤한 과실과 쓰디쓴 독배' 편에서 그 답을 찾아봤다.

이윤찬 더스쿠프 편집장

chan4877@thescoop.co.kr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 참고: 624호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은 11월 발간한 경제매거진 더스쿠프 視리즈 'KT, 누가 과실 먹고 누가 독배 마셨나'의 총론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視리즈 1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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