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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항문질환 예방 첫걸음은 청결 장시간 좌욕은 부작용만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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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과 같은 항문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항문의 '청결'이다.

항문외과 의사들은 항문을 입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생김새나 구조도 비슷하고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도 일맥상통한다.

식사 후에 칫솔로 이를 닦듯이 용변 후에도 물로 항문을 닦아야 한다. 항문이 더러우면 항문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항문이 가려운 항문소양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요즘은 일반 가정에 비데가 많이 보급돼 이용되고 있는데, 항문 청결 유지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배변 후 비데를 사용하거나 항문용 물티슈로 항문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데 역시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항문에 해가 될 수 있어 올바른 사용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치질에 좌욕을 권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요즘은 거의 권장하지 않는다. 긴 시간 좌욕하는 것은 오히려 항문질환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좌욕의 장점은 존재한다. 따뜻한 물로 좌욕하면 항문의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괄약근이 이완돼 치질로 인한 통증이 감소해 치료에 도움이 된다.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을 넣은 대야에 2~3분간 엉덩이를 담그는 것으로 충분하다.

너무 긴 시간 좌욕을 하면 쭈그려 앉는 자세로 복압이 상승해 오히려 항문조직 탈출, 즉 치질이 심해질 수 있다. 또한 어르신들의 경우 좌욕으로 인해 어지럼증이 유발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좌욕 후에는 반드시 항문에 묻은 물기를 완전히 닦아내야 한다. 좌욕 후 물기를 말려주지 않으면 항문 주위에 습기가 차서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져 항문소양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좌욕을 자주 하는 사람 중에서 항문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이가 간혹 있다. 물기를 제대로 말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좌욕 후에는 항문 전용 수건을 준비해 잘 닦아주거나 드라이어로 말려주는 것이 좋다.

비데는 수압이 너무 높으면 항문을 자극해 항문이 헐거나 상처가 날 수 있으므로 세수하듯 항문을 살살 닦아내는 정도로 조절하는 것을 권한다. 비데 후 온풍으로 물기를 말리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과하면 독이 되듯이, 항문 청결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나에게 맞는 용변 후 패턴은 무엇일지 한번 루틴화하는 것도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양형규 서울양병원 병원장(연세대의대 외과학교실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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