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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불타는 가슴통증 내가 잡는다" … 위장약 전쟁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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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3세대 위장약'인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신약들이 기존 치료제 대비 긴 약효와 높은 편의성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가 차지하는 비중은 HK이노엔 '케이캡'이 출시된 2019년 4% 수준에서 올해는 20%대로 수직 상승했다.

다만 지난 30년 동안 이 시장을 이끌어온 2세대 치료제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 계열 의약품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PPI 계열 성분에 제산제 성분을 결합해 업그레이드한 복합제 출시로 P-CAB의 점유율 확장을 방어하고 나선 모습이다. PPI 제제는 여전히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위 속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가슴 쓰림 등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지난해 기준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500만명에 육박한다.

특히 이 질환은 비만, 고혈압과 같이 생활수준이 높은 국가에서 환자가 증가하는 일종의 '선진국형 질병'으로 불린다. 이에 제약 업계에서도 관련 환자 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최근 이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P-CAB는 칼륨의 작용을 방해해 위산 분비를 막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PPI 제제와 비교해 약효가 빠르고 길며 식사 여부와 무관하게 하루 한 번 복용하면 돼 복용 편의성이 우수하다. 한밤중 속쓰림 등 부작용도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P-CAB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건 HK이노엔이 '케이캡'을 내놓은 2019년부터다. 대웅제약이 곧이어 '펙수클루'를 내놓으며 케이캡을 바짝 뒤쫓는 가운데 최근에는 제일약품 '자큐보'까지 가세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 주요국에서 허가된 P-CAB 치료제는 국산 신약 3종을 포함해 단 5종에 불과하다. 향후 이들 치료제의 해외 시장 확장이 기대되는 배경이다.

매일경제

현재 국내 P-CAB 시장 1위는 HK이노엔의 '케이캡'이다. 케이캡은 2019년 국산 30호 신약으로 국내 출시됐다. 출시 이후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처방액이 6500억원을 넘어서 HK이노엔의 주력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년 대비 처방 실적 증가율은 지난해 19.8%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3분기까지 24.6%를 기록해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2022년 출시된 대웅제약 '펙수클루'는 케이캡의 독주를 위협하고 있다. 국산 34호 신약인 펙수클루는 출시 3년 차인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740억원을 달성하며 연매출 1000억원 목표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대웅제약이 종근당과 손잡고 올해 초부터 펙수클루 공동 판매를 시작하면서 시너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종근당은 케이캡 출시 초기부터 HK이노엔과 함께 케이캡을 판매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만큼 펙수클루의 시장 확장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마지막 주자인 제일약품 '자큐보'가 합류했다. 지난달 가세한 국산 37호 신약 자큐보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케이캡-펙수클루의 양강구도를 깬다는 의지다. 출시 첫 달인 지난 10월에는 원외 처방액 5억3500만원을 기록해 무난한 출발을 알렸다.

오랜 기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을 주도해온 PPI도 반격에 나섰다. P-CAB의 공세가 거세기는 하지만 PPI가 여전히 이 시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제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약효 발현 시간이 느리고 야간 위산 분비 돌파 억제 효과가 낮다는 점 등 한계는 넘어야 할 과제다. 특히 위산에 취약한 탓에 아침 공복이나 식전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과 코팅 기술 적용으로 신속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제산제를 더한 게 'PPI+제산제' 복합제다. 해당 복합제는 제산제가 위산을 중화해 위 속의 산도를 줄임으로써 PPI 제제가 위산에 의해 분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코팅 기술을 적용하면 약물이 소장에서 발현되는데, 제산제를 더하면 십이지장 상부에서 흡수가 시작돼 약효 발현이 빠르다. 고용량 제산제를 PPI 성분과 결합시켜 위에 흡수된 이후 30분이면 약효가 발현된다. PPI+제산제 시장의 원외처방 시장(유비스트 기준)은 2020년 200억원에서 지난해 6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PPI+제산제 시장의 문을 연 건 종근당의 '에소듀오'다. PPI 성분인 에스오메프라졸에 제산제인 탄산수소나트륨을 결합해 약효가 빠르게 발휘되도록 개선했다. 지난해 기준 처방 실적은 150억원 정도다. 에소듀오를 필두로 GC녹십자 '에소카(에스오메프라졸+침강탄산칼슘)', 유한양행 '에소피드(에스오메프라졸+침강탄산칼슘)' 등이 가세했다.

이 같은 흐름은 또 다른 PPI 성분의 라베프라졸로도 연결됐다. 대한뉴팜이 지난해 라피듀오(라베프라졸+산화마그네슘)를 내놨고, 최근에는 JW중외제약이 라베프라졸과 제산제인 탄산수소나트륨 조합의 복합제 '라베칸듀오'를 출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PPI+제산제 복합제는 P-CAB 제제보다 개발이 용이해 빠르게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에 매력적"이라며 "기존에 PPI 약물의 단점은 해소하되 P-CAB 제제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강점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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