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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젠 25번째…尹대통령의 ‘거부권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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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 특검법, 또다시 국회 재표결 앞둬

野, ‘28일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연기 검토도

쿠키뉴스

윤석열 대통령. 쿠키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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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세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25번째 거부권 행사다. 특검법 찬성 여론이 60%를 웃도는 상황인 만큼,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깊어질 전망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 여사 특검법을 단독 처리했다. 올해 2월과 10월에 이은 세 번째 특검법 발의다. 김 여사 관련 기존 14개 의혹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의혹과 명태균씨 관련 의혹 등 두 가지로 압축했다. 또 특검 후보자 추천 권한을 야당이 아닌 제3자(대법원장)에게 부여했다.

정부는 이번 특검법도 권력 분립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적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대법원장이 추천한 특검 후보를 야당이 비토할 수 있어 사실상 야당이 추천권을 독점하는 구조로,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미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상황에서 특검을 하는 것은 절차적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해당 특검법안은 헌법상 권력분립원칙 위반, 특별검사 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 위반, 사법 시스템 근간 훼손 우려 등 위헌성이 명백하다”며 “야당이 위헌성이 조금도 해소되지 않은 특검법안을 또다시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 선동”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 수용 문제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 차원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라며 “특검은 사법이란 이름을 쓰고 정치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미 수사를 한 사안에 대해) 다시 또 방대한 규모의 수사팀을 만들어서 수사를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본회의 재표결 수순을 밟는다. 재의요구 법안은 국회 재적인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전체 300명 기준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300석 의석 가운데 여당이 108석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통과될 수 있다.

특검법 재표결을 둘러싼 여야의 수 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당초 28일로 계획했던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 이탈표를 끌어낼 최적의 표결 시점을 고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라며 “원칙대로 28일에 재표결을 시도할 수도 있고, 늦어질 수도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재표결 무산에 대비해 상설특검도 준비 중이다. 오는 28일 열리는 본회의에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소추안 보고, 상설특검 추천 과정에서 여당 몫을 배제하는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 등을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상설특검은 개별 특검보다 검사 수가 적고 활동 기간이 짧지만,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한 게 특징이다.

거부권 행사로 정부·여당이 짊어져야 부담은 크다. ‘불통 정부’, ‘거부권 남발 대통령’ 이미지가 부각되는 동시에 민심을 수용하지 못했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지난 21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했다. 여권 핵심 지지 기반인 70세 이상(45%) 대구·경북(41%) 보수(43%)에서도 찬성 여론이 40%에 달했다. 김건희 특검법 반대(26%)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중도층에서도 69%가 특검법을 찬성했다. 지난 22일 한국갤럽조사에서는 김 여사 문제가 6주 연속 대통령 부정 평가의 최상위 요인으로 꼽혔다.

여당은 향후 재표결 과정에서 이탈표를 단속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현재 범야권 의석은 192석에 달한다. 이탈표가 단 8표만 나와도 대통령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쇄신 요구를 일부 수용한 만큼, 무더기 이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우려는 남아있다. 최근 명태균 게이트에 이어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 친윤석열계·친한동훈계 간 내분이 격화하면서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이후 수면 아래로 들어갔던 계파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여론의 압박과 내부 갈등이 변수로 작용해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오는 최악의 경우,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여권 리더십을 완전히 잃었다는 분석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레임덕(권력 누수)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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