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법률 고문 역할을 해 온 측근 보리스 엡스타인(왼쪽)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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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 보리스 엡스타인이 차기 장관으로 낙점된 인사에게 상납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자체 조사 뒤 금품 수수 시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엡스타인은 의혹을 부인했다.
상납금을 요구한 인물로 지목된 건 트럼프 당선인의 오랜 참모인 보리스 엡스타인이다. 변호사인 그는 작년 트럼프 당선인의 성추행 입막음 등 형사 사건 4건에 대한 변호 전략을 짜고 이를 지휘해 왔고, 트럼프 당선인 법무라인 인사에 영향력을 끼쳐 온 인물이다. 그는 이번 트럼프 당선에 일등공신인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와 인사 문제로 충돌하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엡스타인을 둘러싼 매관매직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조사 결과 ‘엡스타인이 입각을 원하는 인사들을 상대로 금품 수수를 시도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엡스타인이 돈을 받으려고 했던 인물 중 한 명은 차기 재무장관 후보자로 낙점된 스콧 베센트인 것으로 전해졌다. 엡스타인은 지난 2월 베센트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시 재무장관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내가 당신을 추천해 주겠다”며 1개월에 3~4만달러(약 4190만~5590만 원)를 달라고 요구했다. 베센트는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인데, 엡스타인은 베센트에게 “내 사업에 투자하라”고도 했다고 한다.
베센트는 재무장관으로 지명되기 직전인 지난 14일 엡스타인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트럼프 주변 인사들에게 내 험담을 하고 다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엡스타인은 “내 제안을 받기엔 너무 늦었다”면서도 “내 컨설팅 제안을 받으라”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것이 자체 조사 결과 보고서에 나와 있다고 한다. 베센트는 엡스타인 요구를 모두 거절했지만, 엡스타인 심기를 고려해 장단을 맞춰준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엡스타인은 한 방산회사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시점까지 1개월에 10만 달러(약 1억3990만원)를 컨설팅 비용으로 지불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 방산회사는 엡스타인의 요구를 거절했지만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
엡스타인은 이런 의혹에 대해 “가짜 주장들이고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에서 “역대 모든 대통령 주변에는 다른 사람들 돈을 뜯어내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며 “내 측근들은 절대 돈을 요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이 된 머스크와 오랜 참모인 엡스타인은 내각 인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13일 둘은 트럼프 자택 마러라고에서 열린 만찬 자리에서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고 미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를 두고 ‘박힌 돌’과 ‘굴러온 돌’의 쟁투라고 해석했다.
엡스타인이 맷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를 트럼프 당선인에게 추천해서 발생한 논쟁이다. 머스크는 게이츠의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 등이 트럼프 행정부 2기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이에 격렬한 논쟁으로 발생한 것이다.
엡스타인의 추천은 실패로 돌아갔다. 게이츠는 지명 8일 만인 지난 21일 자진 사퇴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에서 첫 낙마였다.
[최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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