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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사설] “김학의 출금 적법” 판결, 정의에 불법 덧씌운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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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규원 조국혁신당 대변인(왼쪽부터),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2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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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성접대’와 뇌물 혐의로 재수사를 앞두고 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019년 3월 심야에 출국하려던 것을 긴급 출국금지로 막았던 검사와 법무부 간부, 청와대 비서관 등이 항소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단됐던 부분도 무죄로 바뀌었다. 적법한 출국금지에 불법 혐의를 덧씌워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기소까지 한 검찰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서울고법은 25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현 조국혁신당 의원)과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규원 전 검사(현 조국혁신당 대변인)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 법원은 김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가 요건을 일부 충족시키지 못해 위법한 것은 사실이나 “재수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출국 시도를 저지한 것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김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는 그 당시를 기준으로 법률상 요건을 모두 갖추어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처음부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출국금지 조처였다는 것이다.



또 1심에서는 이규원 전 검사가 출국금지 요청서를 허락 없이 상급자 명의로 작성한 혐의 등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는 대검찰청 차장검사 승인하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는 등의 이유로 이 역시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들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이성윤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이 사건은 출국금지로부터 2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2021년 1월 뒤늦게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충실한 수사”를 지시하면서 대대적인 수사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윤석열 검찰’의 주요 수사 중 하나였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의 도피를 막아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했던 이들을 검찰이 오히려 중범죄자로 몰아간 정략적 수사였음이 재판을 통해 확인됐다.



애초 검찰이 김 전 차관을 제대로 수사해 처벌받게 했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진실에 눈 감은 채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했고, 이러한 부끄러운 과거사를 바로잡으려는 사후적 노력까지 역으로 공격했다. 정의를 불의로, 불의를 정의로 둔갑시키는 법기술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로 남을 만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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