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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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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저자세 비판에 외교부 뒤늦은 진화..."불참 자체가 강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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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 외교2차관, 뒤늦게 해명 나서
외교부 "당국자, 주한일본대사관에 접촉해 유감 표명"
한일관계 의식, 수위 조절 시도도…
"관계 영향 미치지 않게 소통"
한국일보

지난 25일 일본 니가타현 소재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 제4상애료에서 열린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에 참석한 유족들이 추도식 후 갱도를 방문했다. 사진은 사도광산 갱도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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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26일 사도광산 '반쪽 추도식'과 관련해 "주한일본대사관을 전날(25일) 접촉해 한일 협의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사도광산 추도식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감'이라는 표현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추도식 파행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고 있는 일본 정부에 저자세를 보인다는 비판을 의식한 '뒤늦은 해명'이라는 지적이다.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외교부 출입 기자들을 만나 "추도식 불참을 결정한 것은 당초 한일 간 합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 추도식을 일본이 개최한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강하게 항의를 한 것이고, 그 자체로 강한 유감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강 차관은 이어 "그동안 한일 정부가 긴밀히 소통해왔음에도 일본 측이 우리 측에 제시한 최종 추도식 계획은 사도광산 등재 당시 한일 간 합의 수준에 부합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교부 당국자가 주한일본대사관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며 "우리 정부는 약속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추도식이 개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부연했다.

강 차관 설명과 별개로 정부는 이번 사태가 한일관계 핵심 현안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가 한일 갈등 현안으로 부상하자 당초 역사문제와 미래협력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해결하겠다는 '그랜드바겐' 방식이 아닌, '투트랙' 방식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강 차관 역시 "일부 추도식 문제가 한일관계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개별 사안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일본 측과 긴밀히 소통해 나갈 예정"이라며 수위를 조절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미래협력은 미래협력대로 두 개의 축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추도식 불참 이후 우리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관철시키보단 관계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해주는 대신, 매년 조선인 등 희생자 추도식을 열기로 일본 정부와 합의했다. 그러나 일본은 추도식의 성격을 희생자 추모보단 '감사' '기쁨'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마치 '세계유산 등재 기념식'처럼 포장했고, 일본 정부대표도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이력이 있다고 보도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으로 결정했다. 강제동원 노동자 피해자 유족들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결정들이 '강제노역 덕분에 이뤄진 유산 등재'라는 취지의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과 정중히 소통했는데 불참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책임을 한국에 돌리는 태도를 보였다. 우리 정부는 그럼에도 '유감 표명' 등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일본에 저자세를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외교부는 조태열 외교장관이 이날 오전 이탈리아에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과 약식회담을 갖고, 추도식으로 불거진 문제가 양국관계 발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긍정적 모멘텀을 이어가자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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