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혼외 출생자 늘어나는데… 미혼모 양육비 청구, 여전히 갈 길 멀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저출생 흐름을 거슬러 혼인 외 출생자는 늘어나
양육비 소송은커녕 친생자 확인부터 쉽지 않아
맞춤형 대책 부족... "책임 회피 용납되지 않아야"
한국일보

신생아실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통적 가족관이 약화되면서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이 늘고 있지만 이들의 양육 여건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양육비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미혼 부모는 친생자 확인부터 양육비 이행까지 이혼 가정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육비 소송은커녕 친생자 확인부터 쉽지 않아


26일 통계청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 수는 1만9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100명 늘었다. 전체 출생아(23만 명) 중 차지하는 비율도 4.7%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국내 저출생 현상이 심화하는 와중에도 혼인 외 출생아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혼 양육자의 양육 여건은 열악하다. 미혼모·부의 경우, 양육비청구소송을 진행하려면 인지청구소송(혼외자가 친생자임을 확인하는 소송)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 단계부터 쉽지 않다. 최형숙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는 "미혼모 가정은 대부분 친부와 이미 헤어진 상태라서 연락이 닿지 않는 일이 많다"며 "친부를 추적해야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혼 판결문 등에 적힌 비양육자 개인정보를 근거로 양육비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이혼 부부에 비해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다.

인지청구소송과 양육비청구소송을 거쳐 이행 확약을 받더라도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태반이다.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양육비이행법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양육비 미지급자로부터 양육비 이행 확약을 받아낸 사례 가운데 실제로 돈을 받은 비율은 2021년 기준 38.3%에 불과했다.

마침내 양육비를 받게 되더라도 그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최 대표는 "아이가 초등학생인 한 미혼모는 1년 전부터 월 30만 원가량의 양육비를 받기 시작했는데, 미혼모에게 이런 일은 매우 흔하다"며 "친부가 '나도 상황이 어려워 돈을 더 못 준다'고 하면 강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아 최대치라고 해봐야 한 달 50만 원"이라고 설명했다.

맞춤형 대책은 부족... "책임 회피 용납되지 않아야"

한국일보

2025년 여성가족부 한부모가족 지원 정책. 여성가족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혼인 외 출생아 양육엔 이처럼 특수한 어려움이 있지만 맞춤형 대책은 미비하다. 여성가족부는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 정책을 운영 중이지만, 한부모가족 중에는 이혼 과정에서 양육비 채권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다수다. 물론 혼인 외 출생자를 키우는 미혼모·부 역시 해당 정책 대상이지만 이들에게 특화된 지원책은 따로 없다.

여가부는 양육자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가 양육비를 먼저 지원하고 비양육자로부터 돌려받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육 책무성이 부족한 현 상황에선 선지급제마저 결국 세금으로 충당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 대표는 "친부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양육비를 받아내는 방식은 현재로서 기대하기 어렵다"며 "비양육자가 양육비 지급은 물론 양육 책임을 회피하는 게 용납되지 않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