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 |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이 경제 전 분야에 걸쳐 변화를 야기하는 플랫폼 경제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화, 스마트화 되면서 디지털 플랫폼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고 거의 모든 상품과 콘텐츠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소비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플랫폼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이들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여러 이슈들이 야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혁신과 투자를 도모할 수 있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 복지도 증대될 수 있다. 경쟁을 위해서 국내 기업 역시 글로벌 기업과 유사한 수준으로 혁신을 도모하고 서비스와 제품 개선에 노력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의 지배력 확대는 국내 경쟁을 억제할 수 있고, 성장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국내에서 창출된 수익의 상당부분이 글로벌 기업 본국으로 유입되면서 국내 시장에 환원되지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 국내 산업의 경제적 이익도 감소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플랫폼은 그들이 유통하는 콘텐츠에 대해 상당히 큰 통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이나 국내 콘텐츠의 성장성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문화가 글로벌 콘텐츠에 가려져 문화적 침식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사실 대부분의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은 자국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글로벌화에 성공한 케이스이다. 이는 아무리 글로벌 경쟁이라 하더라도 자국 시장의 탄탄한 생태계가 성공의 기반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플랫폼도 콘텐츠도 모두 성공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자국 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면 글로벌 플랫폼의 독과점을 막기 어려워진다. 중장기적으로 자본력이 풍부한 플랫폼에 종속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영상콘텐츠를 예를 들면 넷플릭스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고, 그로 인해 일부 콘텐츠 제작사를 제외하면 콘텐츠 제작 및 유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으로 인해 모든 미디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국내 콘텐츠 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을 이뤄왔고 성공사례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늘 지적돼 왔던 것처럼 투자자본, 제작인프라, 인력 등의 부족으로 인해 콘텐츠 제작역량은 성장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 만연한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성과에만 치중하게 돼 중장기적 성장,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경계를 구분할 수 없는 글로벌, 온라인, 디지털이라는 전방위적 경쟁 환경에서 국내 미디어 콘텐츠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국가의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 변화의 시작은 성장을 가로막는 기존 규제의 대대적인 개선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건실한 체력을 키우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한 해를 계획하면서 최우선 목표로 할 것은 건강이라고 했다. 건강하지 않으면 육체도 정신도 쇠락하게 되고, 그 다음의 모든 일을 이루기 힘들다.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산업이든 튼튼한 토대를 구축하지 못하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산업의 건실함은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서 더욱 중요하다. 문화를 만들고 가치관을 형성하는 등 정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풍부한 자본이 콘텐츠 시장에 투자될 수 있도록,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아이디어가 K-콘텐츠에 녹아들 수 있도록, 참신하고 선호도 높은 K-콘텐츠가 K-OTT를 타고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존 규제를 개선해서 건실한 산업을 구축해야 K콘텐츠도 K-OTT도 성공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
콘텐츠는 플랫폼이 없이 성장할 수 없고 플랫폼 역시 콘텐츠 없이 성장이 불가능하다. 또한 국내 시장만으로 생존할 수 없고 글로벌 시장으로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고, 콘텐츠의 성장이 플랫폼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으며, 플랫폼의 성장은 다시 콘텐츠의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기에 성장을 가로막는 기존의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 국내 미디어 콘텐츠 산업을 튼튼한 체질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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