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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김종인 영감이 기다려" "김 여사에게 줘야"... 명태균 'VIP 이름팔기' 선거마다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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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여론조사 의혹서 드러난 '패턴']
오세훈 후원자에 "김종인이 기다려" 수금
윤석열 후보 땐 "김 여사 보고용" 조사해
비공개 여론조사로 영향력 과시 일삼아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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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등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를 구속한 검찰이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정면으로 겨누면서 수사가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검찰은 명씨가 관여한 각종 여론조사의 실시 배경 및 과정, 돈 거래 여부 등 여론조사 조작·왜곡 의혹의 실체를 살피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최근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함께 그가 개입한 여론조사 등을 전반적으로 살피고 있다. 명씨가 실소유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여론조사 실무를 직접 맡은 강혜경씨를 전날부터 연이틀 소환해 여론조사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 수사는 당분간 △조작 여부 확인 △정치권과의 거래 여부(비용 대납 여부) 등 크게 두 갈래로 이어질 전망이다.

당시 드러난 사실이나 관련자 증언을 종합하면 '명태균표' 여론조사에는 일정한 패턴이 발견된다. 명씨는 ①'김종인 영감이 기다린다'거나 '김건희 여사에게 올려야 한다' 등 윗선(VIP)을 언급한 발언으로 관심을 끌어 여론조사 비용을 받아내고 ②미래한국연구소의 보고서를 건넨 뒤 ③선거 결과가 적중하면 이를 기반으로 다른 선거에 기웃거리는 행태를 반복했다.

먼저 영향력 과시를 위해 '인맥'과 '미공표 여론조사'로 환심을 샀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3개월 전 명씨는 4선 김영선 전 의원과 함께 '오세훈 캠프' 문을 두드린 후 연구소에서 미리 해 온 여론조사 결과지를 내보였다. 당시 오 캠프 인사는 본보 통화에서 "명씨가 처음 가져온 것이 캠프에서 보던 판세와 달라, 로데이터를 가져오라고 요구하다가 대판 싸웠다"고 말했다. 그 뒤로 명씨를 멀리했다는 것이 오 캠프 측 설명이다.

명씨 지휘로 여론조사를 맡은 강씨 주장은 다르다. 그는 "오 후보 쪽에 미공표 여론조사가 분명히 전달됐다고 안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을 위해 연구소는 13차례 미공표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주장은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A씨의 행적이 공개되며 의심으로 커졌다. A씨가 2021년 2~3월 5회에 걸쳐 명씨 측에 수천만 원을 건넨 기록이 나온 것이다.

A씨는 "캠프에서 '팽' 당한 동향후배 명씨를 따로 접촉했고, '여론조사에 돈이 없는데 김종인 영감이 기다린다'고 해 밥값, 용돈조로 몇 차례 걸쳐 3,300만 원을 건넸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명씨와 함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여러 번 만났고 여론조사 결과가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오 캠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명씨에게 용돈 격으로 현금을 더 건넨 적도 있다면서, 이는 여론조사 대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통상 미공표 여론조사는 의뢰인과 수행자 외엔 보고받을 수 없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이 조사는 표본을 만져 왜곡된 결과를 도출하더라도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의뢰자 본인(캠프 여론조사 담당)이 아닌 이에게 전달하거나 캠프 내에서 공유하면 문제가 된다. 공표 행위로 해석될 수 있기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비서를 통해 명씨의 여론조사 결과지를 받아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선엔 아무 영향이 없었다고 일축하고 있다. 오 시장도 '(결과를) 본 적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나타난 이 구조는 윤 대통령을 위한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판박이처럼 드러난다. 명씨와 강씨의 통화 녹취를 보면, 명씨가 실무자 강씨에게 "윤석열, 김건희가 기다린다"며 수 차례 미공표 여론조사를 지휘하고, 결과를 빠르게 달라고 채근한 정황이 등장한다. 실제 미래한국연구소 관계자들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대선 6일 전) 26차례 미공표 여론조사가 윤 대통령 측에 보고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 결과는 윤 대통령 우세로 도출됐다. 이 대가로 명씨가 김 여사에게서 '돈봉투'를 받았다거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핵심은 명씨가 '여론조사 대상' 정치인 주변에서 받은 돈으로 미공표 여론조사를 한 뒤, 유력 정치인들에게 전달하며 자기 영향력을 부풀렸던 이 구조가 현행법 위반인지 여부다. 이 과정에서 ①비공표 여론조사가 캠프에 공식 보고됐는지(후보 인지 여부) ②여론조사 조작이 있었는지(표본 부풀리기 통한 결과 왜곡 여부) ③관계자와 명씨 사이 뒷거래 여부(여론조사 비용 대납 등)가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명씨가 여론조사 측면에서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 선거만 서울시장 보선,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20대 대선, 6·1 지방선거(경기지사) 및 국회의원 재보선 등 최소 5개다. 수사팀은 관계자를 순차 조사하며 여론조사 조작 및 정치권 거래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전망이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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