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0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판문점=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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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계는 수직낙하했다가도 급상승으로 치닫는 ‘롤러코스터’에 비유된다. 트럼프 당선인 측이 김 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 시간) 나온 가운데, 양극단을 오갔던 두 정상의 과거 관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초반까지만 해도 둘의 관계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북한은 2017년 8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9월 제6차 핵실험에 나서며 연일 도발을 이어갔다. 이에 맞서 트럼프 당선인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공개적으로 조롱하며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본인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 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라고 부르며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2018년 새해에는 두 정상이 “내 책상 위에 핵무기를 발사하는 단추가 있다”는 위협을 주고받는 지경에 이르면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험악한 분위기는 얼마 뒤인 2월 평창동계올림픽 등을 계기로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한국이 트럼프 당선인의 방북을 중재하면서 북미가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한 것. 결국 두 정상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열고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 수습 등 4개 항목을 골자로 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수차례 실무 협상 끝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2019년 2월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 대신 전용 특별열차를 타고 60시간에 걸쳐 북한에서 하노이까지 이동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영변 핵시설 해체와 대북 제재 완화의 맞교환을 제시한 김 위원장과 ‘영변 플러스 알파’를 요구한 트럼프 당선인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었다. 몇 달 뒤인 6월 11일 트럼프 당선인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고, 며칠 뒤 북한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개인 편지를 받았다며 “흥미로운 내용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답하는 등 훈풍이 불었다. 얼마 뒤 트럼프 당선인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에 트윗으로 비무장지대(DMZ) 회동을 제안하면서 세 번째 회담이 급물살을 탔다.
2019년 6월 30일엔 판문점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이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함께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김 위원장과 1시간 가까이 대화했고,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임기 중 김 위원장을 “똑똑한 협상가”, “터프한 남자”라고 언급하며 그를 추켜세웠다. 김 위원장과 친서를 27통이나 주고받았다며 이를 “러브 레터(연애편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친서를 입수해 보도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두 정상이 1차 회담 이후 충성 서약에 가까운 친서를 주고받는 등 관계가 절정에 달했으나 2차 회담 후 멀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래도 2020년 3월 트럼프 당선인은 코로나19 지원 관련 친서를 보냈고, 몇 달 뒤인 10월 김 위원장은 코로나19에 걸린 트럼프 당선인에게 쾌유를 기원하는 편지를 보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유세기간은 물론, 첫 임기를 미친 뒤에도 자신이 김 위원장의 관계가 좋다고 거듭 자랑했다. 매기 하버먼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2022년 저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퇴임 후에도 주변에 김 위원장과 연락해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도 트럼프 당선인만큼 둘의 관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21일 ‘국방발전-2024’ 개막식 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다”고 발언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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