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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마법같은 일이 눈앞에서”…3년간 펄에 묻힌 세월호 항해일지·19세기 필사한 코란도 뚝딱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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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기록물 복원 전문기관 국가기록원 가보니
올해 1년간 매달려 원본과 거의 똑같은 태종실록 제작
디지털화지원센터 운영해 손기정 영화필름 복원
총 서가길이 329.9㎞…보존 기록물 양 약 740만철
“AI시대도 기록물 디지털화하지 않으면 소용 없어”


매일경제

26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국가기록원에서 연구원이 복원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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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찾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 소재 국가기록원.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이 얇은 붓을 들고 종이에 특수용액을 바르는 손길이 대단히 섬세하다. 책상 아래에서 비추는 불빛에 눈이 부실 만도 한데 쉬지 않고 작업을 이어간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종이기록물을 한장 한장 넘길 때는 아기를 다루는 것보다 더 조심스럽다. 이들이 복원과 복제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조선시대 태종실록부터 일제강점기 일본이 그린 경의선 철도 지도, 한국전쟁 당시 6사단의 작전경로를 담은 것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 특히 올해 심혈을 기울인 것은 파키스탄에서 날아온 이슬람 경전 ‘코란’이었다. 파키스탄 고고학박물관국이 소장하고 있었던 이 코란은 약 180페이지 가량으로 19세기 필사본으로 추정되었다. 한국에 들어올 때만 해도 겉표지는 대부분 떨어져 나가고 종이는 빛이 바래 글자가 보이지 않을뿐더러 찢겨나간 곳이 한두곳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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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고고학박물관국이 소장하고 있었던 코란은 약 180페이지 가량으로 19세기 필사본으로 추정되는데, 국가기록원이 올해 초부터 8개월간 공을 들여 복원처리를 마무리했다.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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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석 국가기록원 과장은 “작년에 국가기록원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일환으로 파키스탄에 보존복원 기술 지원을 나갔는데 한국의 놀라운 기술을 보고 파키스탄 측에서 코란을 복원처리 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

국내 유일의 기록물 복원 전문기관인 국가기록원은 파키스탄의 요청을 받아들여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복원에 나섰다. 먼저 코란의 종이를 분석하니 ‘마’로 만든 종이여서 한지로 복원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또한 오리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용액으로 한지를 염색하고 이미지비교감식기(VSC)를 활용해 글자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다시 재현했다. 많이 훼손된 표지는 직접 소가죽을 구해 원본이 가지고 있는 속성 그대로 가공해 만들었다.

고 과장은 “코란은 역사, 종교, 문화, 예술적인 가치가 있지만 이번에 복원한 코란은 근대와 전통 사이에서 이슬람 공동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또 정체성을 유지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물이었다”면서 “파키스탄에 그런 필사본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더욱 가치있는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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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년 동안 약 1억원을 들여 복원·복제하는데 성공한 태종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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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의 복원 기술은 여러 곳에서 빛을 발했다. 3년 동안 펄에 묻혀있던 세월호 항해일지를 9개월간 복원처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전달했고 태종실록을 올해 1년 동안 약 1억원을 들여 2권을 복원·복제했다. 작년에는 일본식으로 주로 복원하던 대영박물관에서 한국의 병풍 복원처리를 위해 국가기록원의 손을 빌리기도 했다.

또한 국내외 공공·민간에서 소장하고 있는 훼손된 중요기록물의 복원처리 및 기술지원도 도맡고 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16년간 72개 기관의 중요기록물 8632매를 복원·복제했다. 3.1독립선언서, 독도 관련 지도, 안중근 단지 혈서 엽서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복원·복제 작업의 특성상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과 인력이 드는 문제로, 지난 2022년부터 신청받은 514건 총 3만2030매 중 5% 정도만 혜택을 입었다.

2021년부터는 디지털화지원센터를 운영해 종이 기록물뿐만 아니라 영화필름·비디오·오디오 등 35개 기관 1238점을 보존했다. 손기정 영화필름, 노근리 등 국방부 비공개 사건 증거자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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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제1대 부터 제4대까지의 국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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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은 4개의 보존시설에 130개 서고가 있고 총 서가길이는 329.9㎞에 달한다. 서울 만남의광장에서 목포IC까지 자동차로 332㎞니 시설의 엄청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서고에는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국새, 훈장 등 보존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보존중인 기록물 양은 약 740만철(올해 6월말 기준)로, 1철이 100페이지 안팎이라고 보면 7억페이지 정도가 보관되어있던 셈이다.

국가기록원은 1997년부터 27년간 약 120만철을 디지털화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시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데이터 확보차원에서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현재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으면서도 대국민 열람·활용도가 높은 중요기록물 240만철을 디지털화하겠다는 목표를 삼았는데 약 47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복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복원과정이 동반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원본 수준에 버금가는 복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수준 높은 지침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화된 기록물 이미지를 광학문자인식기술을 활용해 AI가 읽을 수 있는 기록물로 변환하면서 활용성도 강화하고 있다.

이용철 국가기록원장은 “가치가 있는 기록을 빠뜨림이 없이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게 1차적인 과제이고 그 다음에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게 두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국가기록원은 데이터 오류 등의 위험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업무 효율화, 자원 절감 등을 위해 ‘기록물통합서비스플랫폼’을 올해 중앙행정기관에 전면도입했다.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해 일일이 전자기록을 복제할 필요가 없어져 전자기록 이관 시간을 단축했고 통합 검색으로 검색시간이 현재 11.6초 에서 0.71초 정도로 굉장히 많이 줄었다. 또한 국가기록포털을 통해 기록물 검색 및 열람서비스를 제공해 대국민 만족도도 높였다.

이 원장은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할 경우 데이터가 필요한데 종이 기록물에 대한 디지털화가 무엇보다 필요하고 앞으로 숙제”라면서 “소장물의 공개 확대로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고 소장기록물을 활용한 기록정보 서비스 및 기록문화 확산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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