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불확실성에 중소 거래소 '출혈' 걱정
"VASP 조건 충족 위해 이미 투자, 여력 없어"
"과세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2년 유예해야"
(사진=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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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원화거래소들은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대비해 투자자 세금 신고와 관련된 작업을 이미 추진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속도를 내고 있진 않지만 만약을 대비해 개발을 진행 중이긴 하다”며 “실질적으로 과세 관련 데이터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내년 하반기까지 개발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큰 틀만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새로운 기능을 개발할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거래소들에 있다. 앞서 진행된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신고 조건을 맞추기 위해 여러 시스템과 보험 등 안전장치를 겨우 마련한 상황에서, 내년 1월 1일 과세가 시행되면 또다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별다른 예고 없이 과세가 갑자기 시행될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어려운 실정이다.
한 중소 거래소 관계자는 “자금이 충분한 5대 원화 거래소들은 문제가 없겠지만 사실상 빈사 상태인 중소 거래소들은 기능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감당해야 할 비용이 크다”며 “2년 유예가 돼야 더 준비를 잘할 수 있다. 만약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시범 운영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관련 시스템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고, 보험에 가입하는 것만 해도 몇 천만원을 쏟아부었다”며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시점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할 때 발생하는 소득 중 250만원을 초과할 경우 20%의 소득세를 물리는 제도다. 당초 2022년 1월 도입 예정이었으나 관련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1년 미뤄졌다. 이후 시장 여건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기반 정비를 이유로 또다시 2년 연기돼 내년 1월 1일로 시행 시기가 예정돼 있다.
정부와 여당은 과세 시행 시기를 2년 유예하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가상자산 과세의 세 번째 유예 방침을 제시했다. 이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성과 점검과 해외 거래 내역을 파악하기 위한 국제적 거래 정보 교환 기준인 ‘카프(CARF)’가 2027년부터 시행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야당은 원래대로 과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반 투자자들의 부담 경감을 위해 과세 공제한도를 500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이 경우 국내 투자자 약 800만명 가운데 10억원 이상 보유자 약 3500명(전체 중 0.04%)만 과세 대상이 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25일과 26일 두 차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 소소위를 열고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를 논의했다. 그러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 소소위는 여당 기재위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야당 기재위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 기획재정부 1차관 및 양당 기재위 전문위원들만 참여하는 비공개 협의체다.
민주당 관계자는 “2년 전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했을 당시 투자자 보호 제도가 없다는 명분이 있었고, 그래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을 만든 것”이라며 “또다시 유예를 하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제한도를 5000만원으로 올리는 안을 수용할 지는 정부와 여당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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