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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출근만 3시간” ‘눈 폭탄’ 맞은 서울… 버스 고립·지하철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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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17년 만에 11월 ‘눈 폭탄’

폭설에 곳곳서 교통대란 큰 불편

“열차 꽉 차 3대 보내고 겨우 타”

전기공급 이상으로 지연 운행도

여객선 89척 통제 항공 40편 취소

은평구선 추돌사고로 2명 부상

대설 위기경보 주의→경계 상향

“아침 일찍 나왔는데, 버스가 꼼짝을 못해서 출근하는 데 3시간이나 걸렸어요.”

세계일보

27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인근에 눈이 쏟아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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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에서 서울 종로구로 출퇴근하는 정모(51)씨는 폭설 예보를 보고 평소보다 이른 오전 6시30분에 집을 나섰지만, 회사에는 9시가 넘어 도착했다. 버스가 밤사이 도로에 쌓인 눈 탓에 움직이지 못하고 30분 넘게 한곳에 멈춰섰기 때문이다. 정씨는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지각했다”며 “출근하는 데 오늘만큼 오래 걸린 적은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7일 서울 지역 첫눈이 폭설 수준으로 내리면서 곳곳에서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폭설로 인한 교통혼잡을 예상하고 대중교통으로 몰렸는데, 버스와 지하철이 지연 운행하면서 정류장과 승강장은 승하차 승객들로 뒤엉켜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28일까지 수도권에 많게는 20㎝ 이상 눈이 더 내릴 전망이어서 출퇴근길 혼잡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영등포구 지하철 9호선 당산역 안은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눈이 내려 버스나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타려는 시민들이 몰린 데다 폭설로 열차 전기 공급에 문제가 생겨 운행마저 지연되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9호선뿐 아니라 서울 도심 지하철역에선 승하차가 원활하지 못한 병목현상이 잇따랐다. 열차에 무리하게 탑승하려다가 하차하는 승객들과 엉키기 일쑤였고 여기저기서 “밀지 마세요”, “내리고 타세요”를 외쳤다.

한숨을 쉬며 택시를 타러 몸을 돌리는 시민들도 여럿 보였다. 중구 신당역에서 시청 방면으로 출근하는 이상민(30)씨는 “열차가 꽉 차 3대를 보내고도 몸을 욱여 탔다”고 말했고, 직장인 이모(54)씨는 “지하철은 지연되고, 안은 혼잡하고, 승객들끼리 부딪치는 소리에 아침부터 기운이 빠졌다”고 했다. 직장인 한모(24)씨는 “평소 버스로 40분 걸리는데 (오늘) 1시간 넘게 걸렸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미끄러지고 붐비고… 도심 대혼잡 27일 대설 경보가 내려진 익산포항고속도로 전북 진안군 구간에서 소방관들이 눈길에 미끄러져 뒤집힌 유해화학물질 운반 트럭을 살펴보고 있다.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지하철 9호선 염창역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이날 폭설로 9호선은 열차 출고 작업이 지연돼 출근시간대에 최대 9분까지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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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외투로 몸을 꽁꽁 싸맨 시민들은 빙판길을 종종걸음으로 오갔다. 미끄러져 휘청이는 시민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종로구 창신동에 사는 최중섭(51)씨는 “아침에 집에서 나오다가 미끄러질 뻔했다”며 “지금 눈을 안 치워두면 저녁엔 계단이 꽝꽝 얼어 걸어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도로와 하늘길이 통제됐고, 크고 작은 사고도 잇따라 발생했다. 오전 11시 기준 포항∼울릉, 인천∼백령 등 70개 항로 89척의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고, 12개 국립공원 290개소(북한산 97개소 등)가 막혔다. 오후 1시 기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 전국 공항에서 예정된 항공편 중 40편이 취소됐다. 은평구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다쳤고, 송파구 천호대교에서도 사고가 나 일부 도로가 통제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고립 등 구조 2건, 구급 3건, 안전조치 208건 등 213건의 소방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를 가동했다. 대설 위기 경보 수준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서울시도 1만명 가까운 인력을 투입해 제설작업을 벌이고 출퇴근시간대 지하철과 버스 운행을 늘렸다.

세계일보

서울 등 중부지방에 많은 눈이 내린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제설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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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많은 양의 눈이 예보돼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날 밤부터 28일 오전까지 서해상에서 다시 눈구름대가 유입되면서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 충청내륙, 전북동부, 경북북부내륙, 경남북서내륙에 다시 한 차례 강한 눈이 내릴 전망이다. 예상 적설량은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이 3∼8㎝(많은 곳 10㎝ 이상), 경기 남부·북동 내륙과 강원내륙은 5∼20㎝다.

기온도 큰 폭으로 떨어진다. 28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5도까지 떨어지고, 29일에는 영하 8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강한 바람까지 더해져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28일에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낮 기온이 5도 이하에 머물러 춥겠다”며 “급격한 기온 변화로 인한 면역력 저하 등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한·이예림·윤솔·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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