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웹툰 이용자 ‘20.9%’
카카오 웹툰 처음 넘어서
왼쪽부터 직장 생활을 주제로 한 인스타툰 ‘김퇴사’, 딸아이를 둔 부부의 일상을 그린 ‘아모이툰’, 속담과 옛날이야기를 현실 세계에 접목해 동화처럼 그린 ‘급양만와’. 인스타그램에서 ‘#인스타툰’을 검색하면 27일 기준 237만건의 게시물이 나올 정도로 많은 작품이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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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 바탕에 굵은 선으로 묘사한 얼굴과 깔끔한 정장 차림의 직장인 둘이 등장한다. 북미 만화 그림체와 비슷한 모습의 인물이 전화기에 대고 “일을 이런 식으로 하시면 안 되죠”라고 소리친다. 뒤에 상사로 보이는 인물은 “그쯤 해두게나, 껄껄껄” 하고 만족해한다. 설명에는 ‘어떻게 되든 사실 신경 안 쓰는데 괜히 화난 척 연기 중’이라고 적혀있다. ‘일 열심히 하는 척’하는 직장인의 처세술을 표현한 한 컷 만화. 인스타그램에서 ‘김퇴사’란 계정으로 활동하는 작가 지창현(29)씨의 작품이다.
가전제품 구독 방식을 만화로 담아낸 인스타툰. /그린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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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웹툰 플랫폼이 아닌 인스타그램으로 만화를 연재하는 ‘인스타툰(인스타그램+카툰)’이 각광받고 있다. ‘금도끼, 은도끼 막 줘도 돼?’ ‘믿는 도끼는 왜 발등을 찍었을까’ 등의 제목으로 속담을 현실 세계에 접목해 동화처럼 그려내는 팔로어 20만의 ‘급양만와’, 딸아이를 둔 부부의 일상을 그린 10만 팔로어 ‘아모이툰’ 등 다양한 주제의 인스타툰이 연재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인스타툰’을 검색하면 27일 기준 237만건의 게시물이 나올 정도로 많은 작품이 올라오고 있다. 기존에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등으로 만화를 연재하던 아마추어 작가들의 유입도 많아졌다. ‘급양만와’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카툰-연재갤러리에서 공군 급양병 시절 경험을 그린 ‘급양병 만화’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네이버 블로그에서 대학 4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량진 만화’를 연재한 후 인스타툰으로 넘어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출간한 ‘2024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국내 웹툰 이용자 중 인스타그램으로 만화를 보는 비율은 20.9%로 카카오웹툰(20.8%)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2021년 이용률 5.9%의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설문 응답자들은 많이 이용하는 웹툰 플랫폼을 세 개씩 골라 답했다.
그래픽=이진영 |
인스타툰에는 전문 만화가가 아닌 이도 많다. 대부분 플랫폼과 별도 계약 없이 개인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는 식으로 연재한다. ‘김퇴사’의 지창현 작가는 3년간 경험했던 직장 생활을 그려 공감을 얻고 있다. 연재 시작 6개월 만에 팔로어 5만7000여 명을 달성했다. 한 식품 회사와 협업해 ‘김퇴사’ 캐릭터가 그려진 졸음퇴치껌을 출시했다. 오는 29일엔 서울 용산의 한 백화점에서 캐릭터 굿즈를 파는 팝업 스토어를 연다. 지씨는 “내 작품은 한 컷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식인데, 인스타그램은 이런 특성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며 “강렬하고 재밌는 한 컷은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카오톡으로 퍼 나르기 쉬워 홍보 효과도 탁월하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가로세로 비율이 1대1인 정사각형 외에 1.9대1(가로형), 4대5(세로형) 등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를 20개까지 업로드할 수 있어, 만화라는 장르에 최적화되어 있다”며 “작품의 특징에 따라 #일상툰 #생활툰 #브랜드툰 #육아툰 #연애툰 #가족툰 #공감툰 등 해시태그를 붙여 관심 독자층에 접근하기도 쉬운 편”이라고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튜브 숏츠, 인스타 릴스 등 숏폼 컨텐츠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한 컷으로 내용이 마무리되는 인스타툰에 열광하고 있는 추세”라며 “인스타툰은 기존의 호흡이 긴 웹툰과 경쟁하기보다는 웹툰의 한 장르로서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각각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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