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메모리 과제는…①HBM 경쟁력 회복 ②中 공습 반격 ③기술 확보
'위상 강화' 파운드리 숙제는…①빅테크 고객사 확보 ②수율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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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삼성전자(005930) 주력 사업인 반도체 담당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쇄신 인사로 전열을 재정비하며 위기 극복에 시동을 걸었다.
당면 과제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인공지능)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경쟁력 회복이다.
두 핵심 분야에 대한 경쟁사와의 격차를 최대한 좁히지 못한다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사업부 대표이사 직속 승격…파운드리 위상 강화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반도체 강화에 무게를 둔 2025년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메모리사업부장과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직을 맡겼다. 메모리사업부는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승격됐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를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반도체 수장과 함께 구체적인 경영 전략을 세울 인물도 새로 등용됐다. 삼성전자는 DS부문에 경영전략담당을 신설하고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탁했다. 김 사장은 메모리사업부 지원팀장, DS부문 경영지원실 기획팀장을 거친 반도체 경영 전략·기획통으로 꼽힌다.
파운드리사업부에는 사장급 인사 2명을 두며 힘을 실었다.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을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으로 승진 발탁하고, 남석우 DS부문 제조&기술 담당 사장을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로(CTO)로 배치했다.
메모리 과제는…HBM 경쟁력 확보·中 범용 공습 반격
삼성전자 DS 부문의 향후 행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인사로 풀이된다. 동시에 자체 진단을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위기론'에 불을 지핀 건 메모리 리더십 약화다. 특히 핵심 AI 메모리인 HBM 경쟁에서 밀린 게 뼈아팠다. 'HBM 큰손'인 엔비디아는 삼성 HBM 대신 경쟁사 제품을 택했다.
실적으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 DS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3조8600억 원이다. 'HBM 선두'인 경쟁사 SK하이닉스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조300억 원에 이른다.
과거 메모리 부흥을 이끌었던 전 부회장에게 해당 사업까지 직접 맡긴 것은 HBM 경쟁력 확보 특명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5세대 품질 테스트 통과가 임박한 HBM 5세대(HBM3E)의 납품 시기를 앞당기고 대량 생산하는 게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앞서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DS부문장 취임 이후 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다음 세대 경쟁력 확보에 나선 바 있다.
중국 기업의 범용 메모리 공습을 막는 것도 숙제다.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실적 발표 후 설명자료를 내고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범용) 제품 공급이 증가했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메모리 초격차 확보도 시급하다. 전 부회장이 SAIT 원장도 겸임하는 것은 메모리 사업뿐 아니라 기술 경쟁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총수가 힘 실은 파운드리…고객사·수율 확보 관건
파운드리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삼성 파운드리는 '반도체 한파'가 불어닥친 지난해부터 좀처럼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조 단위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파운드리 부동의 1위인 대만 TSMC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다. 급기야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마저도 고객사가 원하면 외부 파운드리 파트너에게 맡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코너에 몰렸지만 기사회생했다. 총수인 이재용 회장이 "파운드리 사업을 더 키우고 싶다"고 공언한 만큼 다시 기회를 얻었다.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빅테크 등 고객사 확보가 필수다.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을 총괄한 한진만 사장을 배치한 것도 글로벌 고객 대응 역량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한 사장은 지난 3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삼성 HBM3E 12단을 보여주고 '젠슨 황의 보증'이라는 서명을 받아낸 일화로도 유명하다.
높은 공정 수율도 뒷받침돼야 한다. 메모리사업부에서 제품 수율 확보에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남석우 사장이 파운드리 기술 수장으로 전격 투입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DS 부문의 사장단 인사는 사실상 당면 과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를 낳은 약점을 단시간 내에 극복하지 못하면 사업 전체가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속도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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