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019년부터 블랙리스트 만들어 美 기업 제재
美 기업에 필요한 공급망 차단으로 트럼프 관세 위협 대응
멕시코 역시 트럼프 위협에 즉각 보복 관세로 경고
다만 트럼프와 협상 여지는 남겨, 트럼프 조건에 주목
中 역시 다른 외국 투자자 이탈 및 美와 완전 결별 원치 않아
지난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왼쪽)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사진을 찍고 있다.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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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2차 무역전쟁 상대로 지목된 중국과 멕시코가 보복 등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미 트럼프와 1차전을 겪었던 이들이 트럼프의 위협을 참지 않겠지만, 협상 여지는 남겨둔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위협에 공격적으로 방어
내년 1월에 2번째 대통령 취임을 앞둔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중국에서 만드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흘러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시에 멕시코에서 밀려드는 불법 이민자 때문에 미국 내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며 중국과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각각 10%, 25%의 관세를 추가한다고 예고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및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26일 기사에서 트럼프를 비난했다. 이들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펜타닐 범람을 중국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대통령 당선인이 추가 관세 위협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놓은 변명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7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2018~2020년에 걸쳐 트럼프 1기 정부와 무역전쟁을 치르는 동안 미국의 제재에 상징적 혹은 동등한 조치로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는 미국 기업을 상대로 보다 공격적인 대응에 나선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 2019년에 국익을 훼손하는 기업을 처벌하기 위해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을 만들고, 미국의 제재를 따르는 기업을 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수출통제법 역시 확대했다. 중국은 지난 9월 중국 신장 지역 제품(면화)을 차별했다는 이유로 미국 의류업체 PVH 그룹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올렸다. 중국사이버보안협회(CSAC)는 지난달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대한 보안 검토를 청구했다. 협회는 인텔이 "중국의 국가 안보와 이익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NYT는 중국이 단순히 기업 제재를 넘어 공급망으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이달 미국 대선을 며칠 앞두고 미국 최대 무인기(드론) 업체 스카이디오를 제재 명단에 올려 드론용 배터리 공급을 중단했다. 영국 컨설팅 기업 컨트롤리스크스의 중국 전문가 앤드루 길홀름은 중국의 전략이 "공급망 전쟁"에 더 가까운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정부에 이어 2기까지 관세 및 국경 압박을 받은 멕시코 정부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 대통령도 26일 트럼프에게 서한을 보내 "관세가 물가 상승과 일자리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멕시코 또한 자체적인 관세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그는 27일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가 25% 추가 관세를 실행할 경우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인상한다고 재확인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 멕시코 대통령(왼쪽)이 27일(현지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후안 라몬 데라 푸엔테 외교장관과 함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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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여지는 남겨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은 "관세는 멕시코산 물품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방 압박의 요인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최소 일자리 40만개를 사라지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해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멕시코에 진출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포드 등 미국계 완성차 업체를 언급하고 "이들 3대 업체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멕시코는 대화의 기회를 남겨 두었다. 에브라르드는 27일 현지 라디오 방송 '라디오포르물라'와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진정 원하는 것"이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정말로 관세를 매기고 싶었다면, 취임 두 달 전에 미리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가 관심 있는 게 무엇인지, 논의 테이블에 올리고 싶은 의제로 삼은 게 어떤 것인지 이미 말했기 때문에, 나는 곧 대화가 개시될 것이라는 전망에 낙관적"이라고 강조했다.
같은날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게시글에서 셰인바움과 이날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방금 신임 멕시코 대통령과 굉장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진입하는 이민자를 멈춰 미국 남부 국경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NYT는 중국 또한 미국에 대한 공세 강도를 조정한다고 추정했다. 중국 기업들 역시 여전히 미국산 반도체나 대두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컨트롤리스크스의 길홀름은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게 위협 신호를 보내고 싶지만 다른 외국 투자자나 기업들이 너무 겁에 질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기업들에게 미국 및 다른 규정을 너무 적극적으로 따르면 대가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라고 분석했다.
앞서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스카이디오 제재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도구 역할을 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행동의 결과를 감수할 준비를 하라"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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