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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매경춘추] 뜻인가, 능(能)인가,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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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생은, 아니 우리의 하루하루는 크고 작건 간에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강요받는 끝없는 선택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점심때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하는 행복한 고민도 있지만, 인생의 전환점이 됐던 중요한 결정들도 많았을 터. 현실에 안주하는 선택들이 인지상정이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살아오면서 두렵고 괴로운 결단들을 내린 기억을 떠올리며 뿌듯해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100세 시대인 요즘,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서인지 필자는 한 번씩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시골에서 농사일을 돕던 유년 시절,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상주에 남을 것인가 대구로 떠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서 부모님 품을 떠나 두렵고 외로운 유학생활을 선택했던 일.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동기들이 그러했듯 안정된 취업의 길로 갈 것인가 자취생활을 연장하며 대학원의 길을 갈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서 대기업 입사 합격증을 뒤로하고 불확실하지만 나은 미래를 꿈꾸며 춥고 배고픈 대학원의 길을 선택했던 일.

은행 생활 말년 무렵, 20년 이상 맡아오던 경영연구소 및 기업경영컨설팅의 본점 연구 업무를 벗어나 영업점 근무를 해보기 위해 상사와 인사부를 조르던 일. 은행원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지점 근무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필자로서는 밤잠을 설치는 도전 그 자체였다.

우리는 두렵고 힘든 모험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험난하고 힘겨운 과정을 더 많이 겪는다는 걸 알기에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러한 결단을 통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성취와 보상을 얻을 수 있었던 걸 알기에 그 선택을 대견스러워하고 뿌듯해할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가보지 못한 길을 동경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모험적인 선택의 대가가 더 큰 고난일 수도 있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지닌 어느 시인은 '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라는 시에서 "뜻인가, 능(能)인가, 때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쓰라린 실패가 하늘의 뜻인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시기를 잘못 택한 것인지 물어보며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실패를 돌아보는 태도를 세 가지 질문으로 명쾌하게 보여준다.

변화무쌍한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야말로 그동안 애써온 일들이 의도한 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이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마음을 비우고 용기를 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두 번의 실패에 흔들리기보다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곧 올해 달력도 달랑 한 장만 남게 된다. 2025년은 그동안 망설여지거나 두려워해 온 일들을 용기 내 도전적인 결단을 실행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모두가 대담하게 인생의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디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새해를 희망해 본다.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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