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 경제성장률이 0.07%p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과 수출 둔화를 달라진 경제 여건으로 꼽았다.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변수들 때문에 3개월 내 연 3.25% 동결이 적절하다던 금통위 견해가 한 달 사이에 바뀌었다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2기’의 내년 1월 출범은 지구촌이 동의하는 초대형 불안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공세가 본격화하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고환율·고물가에 고금리가 더해진 ‘신(新)3고’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2%, 1.9%로 0.2%p씩 낮춰 잡았다.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제시됐다.
이번 깜짝 인하는 돈을 풀고 민간소비, 투자를 활성화해 경기 하강 속도를 늦추자는 고육지책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 0.50%p 인하 폭만큼 대출금리가 하락하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는 약 6조 원(1인당 30만6000원) 줄어든다. 자영업자는 3조5000억 원(1인당 111만 원)가량 부담을 덜 수 있다.
문제는 한은이 기대하는 낙수효과가 당장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한은과 금융당국의 엇박자는 금리 인상 시기만이 아니라 인하 국면에서도 여전해 혼선과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7월부터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식으로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은의 10월 첫 번째 기준금리 인하에도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55%로 외려 전월보다 0.32%p 올랐다. 25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계속 불어나는 금융권 가계대출은 대출금리 역주행 현상을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
국가경제의 취약점인 가계부채가 그간의 긴축 국면에서 거의 개선되지 않아 돈줄 조이기가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빚을 줄여야 할 때 엉뚱하게 늘린 실책과 엇박자가 결국 부메랑이 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한은은 금리 완화를 선택했다. 과연 어떤 파장을 빚을지 알 길이 없다. 혹여 부동산 투기 심리를 부추기는 엉뚱한 불쏘시개가 되지 않도록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만에 하나, ‘영끌’ 심리에 불이 붙고 부동산 광풍이 불면 한은의 선택은 민생을 파탄 내는 불장난으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환율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국 기준금리와의 차이가 1.75%p로 다시 벌어진 점부터 큰 부담이다. 이 총재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또 여러 가지 쓸 수 있는 수단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준이 현상 고수를 택하면 환율 걱정은 더 커지게 된다. 이 또한 경각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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