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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사설] 교부금 넘쳐나는데 고교 무상교육비 정부에 떠넘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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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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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료와 교과서비 등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교육청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교육공약인 고교 무상교육은 2019년 도입 당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특혜조항을 신설해 올해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정부·교육청이 각 47.5%씩, 지자체가 5%를 부담하기로 했다. 고교 무상교육에는 연 2조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교육감들과 야당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국고 부담 기한을 3년 연장하는 교부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 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졸속입법이 아닐 수 없다.

지역 교육청마다 고교 무상교육에 쓸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특혜조항의 일몰에 대비해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내년 예산안까지 짜놓았다. 인건비 등 경비가 늘어나고, 유보통합·늘봄 학교 등 교육부의 새 정책에 대한 매칭 예산이 늘어 돈이 부족하다는 논리도 군색하다. 국민의힘이 특례조항을 3년 연장하되 정부 부담을 15%, 10%, 5%로 단계적으로 내리는 안을 냈지만, 야당은 이마저도 거부한 채 그제 국회 소위에서 교부금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일부 야당 의원은 ‘교육도 포기한 비정한 정부’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여론을 호도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등으로 조성된다. 올해 68조8732억원에서 2028년 88조6871억원으로 19조8139억원이 증가한다. 연평균 5조원씩, 4년간 20조원이 불어난다. 학생은 급감해도 1인당 교부금은 1310만원에서 1940만원으로 50%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교육청들이 쓰지 못해 이듬해로 이월하는 예산만 매년 수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는 교직원 자녀출산 축하금, 입학지원금, 교육회복지원금 등 명목으로 방만하게 교부금이 집행된 실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1972년 도입된 교부금제는 50년 이상 유지되면서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교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이미 현실과 동떨어진 법과 제도 탓에 예산 낭비의 전형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정부가 야당과 교육감들의 주장처럼 교육교부금을 유보통합 재원에 투입하고 싶어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 앞뒤가 다른 야당의 속내가 궁금하다. 나라 곳간이 비어가 취약층 보호, 연구·개발(R&D) 예산까지 삭감할 판이다. 국가 재정과 교육 예산의 효율화를 위해 교부금제 개편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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