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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전략적 명확성 vs. 전략적 모호성 [오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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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한국일보

1기 집권 시절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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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의 미국 외교의 핵심은 중국 견제와 압박이다. 그의 내각 인사 지명 이유뿐 아니라 대선 기간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취임 후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결과 중동사태 해결을 자부하는 이유다. 이런 그이기에, 우리는 중국과 대만 문제에 대한 그의 전략적 명확성 주문에 대비가 필요하다.

트럼프는 동맹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를 ‘머니 머신’으로 인식하는 그는 방위비 인상과 주한미군 감축으로 압박할 것이다. 그는 첫 대통령 임기(2017~2021) 동안 ‘누가 미국을 위해 목숨을 내놓겠냐’는 푸념을 입에 달고 살았다(밥 우드워드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우리 같은 동맹의 소극적인 자세와 태도를 바꿔놓고, 미국이 더 이상 일방적으로 희생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결의를 보이는 대목이다.

반면 우리는 전략적 명확성을 표명했음을 자부한다. 2021~2023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외신 인터뷰에서도 우리 대통령은 대만해협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하고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이런 ‘힘’을 ‘무력’으로 인지, 자신을 적시한 언사로 인식하며 반발했다. 미국의 입장을 잘못 인용한 것이 화근이 됐다. 미국이 대만인의 독립 추구, 즉 ‘민주주의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도 반대하는 것을 간과한 결과다.

대중 관계를 의식한 우리는 전략적 명확성 입장 표명을 꺼린다. 미국과 동맹은 이에 불만이다. 글로벌 중추국과 소다자주의에서 의사결정국 지위를 추구하는 나라에 걸맞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 있을 트럼프의 압박에 명확한 입장으로 대응해야 한다. 중국과 대만 문제에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 조정에 대한 주문 등에서다.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닌, 지역 평화와 안정 수호를 위한 평범한 의미 차원에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반패권주의 원칙을 고수한다. 미국과 소련을 적시하지 않고 패권을 추구하는 모든 나라를 반대한다. 유책 국가를 반대하는, 명확하다면 명확하고 모호하다면 모호한 사고다. 이것이 전략적 모호성이다. 명확해질수록 모호성도 높아지는 역설이다. 입장이 명확해질수록 외교적 명분도 선다. 명분이 섰을 때 원칙과 전략 수립도 가능하고 우리 레버리지도 강해진다. 미국의 안보보장과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나라 대다수가 전략적 명확성을 채택하는 이유다.
한국일보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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