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명운을 건 1심 선고가 두 개나 나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 테마주가 큰 폭으로 오르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의 다음 재판 일정을 공유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고, 위증교사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며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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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이 대표의 무죄 선고가 나오자 정치테마주가 크게 요동쳤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에이텍, 동신건설#, 오리엔트정공, 토탈소프트 등 이른바 ‘이재명 테마주’로 묶이는 종목들은 20%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SG글로벌과 PN풍년 등은 크게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이 대표가 대권가도에서 멀어질 경우 김 지사가 민주당의 대권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테마주들은 앞서 지난 15일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날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 대표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지난 15일에는 이재명 테마주가 약 20% 가까이 하락하고, 반대로 김동연 테마주가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날은 김동연 테마주 외에도 조국 테마주, 한동훈 테마주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이재명 테마주 중 대표적인 종목이 에이텍이다. 컴퓨터 제조업체 에이텍은 최대주주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일하던 시절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며 테마주로 묶였다. 에이텍의 25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4% 뛰었다. 에이텍의 주가는 지난 10월 1만4000~1만5000원대에서 오가다 지난 14일 장 중 한때 1만773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 대표가 15일 징역형을 선고받자 1만1420원까지 추락했다. 이후 1만2000원대에서 횡보하다 지난 25일 무죄 선고와 함께 급등한 것이다. 종목 토론방에는 수분만에 40%의 차익을 남겼다는 등의 인증 글이 올라왔다.
10월 이후 에이텍 주가 추이. /네이버금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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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9시 1만2500원에 거래를 시작한 에이텍은 오전 9시 9분 최저가(1만2080원)를 찍었다. 그러다 이 대표의 동선에 따라 오후부터 주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오후 1시 48분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고, 1심 판결 선고는 오후 2시 시작됐다. 이 대표의 무죄 선고는 오후 2시 37분부터 속보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에이텍은 그 직후인 오후 2시38분 상한가(일일 가격 제한폭 최상단)인 1만6190원을 찍었다. 속보가 나오기 직전부터 거래량도 폭증했다. 에이텍의 2시 31분 거래량은 직전 분 대비 350%나 폭등했다. 전체 거래량도 234만주에 달했는데, 이는 전 거래일 거래량이었던 17만주 대비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치테마주의 이상 급등락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장(동국대 경영학과 교수)은 “주가는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정치테마주는 실질적인 성과와 영업 실적에 연동되지 않는다”라며 “주가를 움직이는 하나의 재료로서만 작용하고 사라지는 경향이 많아 정치테마주는 쫓아서는 안 될 대상”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정치테마주 시즌은 지금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대선까지는 약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거물급 정치인들이 각종 이슈에 둘러싸인 만큼 정치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경우에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관련된 ‘공천개입 의혹’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역시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총 5건의 재판 중 1심이 나오지 않은 재판만 해도 ▲대장동·위례 특혜 의혹 ▲불법 대북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까지 총 3건이다. 또 이 대표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은 1심 재판보다도 빨리 나올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상 항소심은 3개월 이내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같은 원칙이 지금까지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다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하며 재판 지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법원 내에서 강해지고 있다. 특히 선거법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상황이라 이르면 내년 상반기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이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가 갈리는 만큼 강력한 사법리스크가 남은 셈이다. 개인투자자들도 이같은 내용을 공유하며 ‘큰 장’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정치 테마주를 주로 매매한다는 한 개인 투자자는 “정치테마주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 반응이 극적으로 나타나기에 단타 성향의 투자자들은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j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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