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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인터뷰] '45분간 맨손 구조 '소방교 "마블 히어로요? 할일 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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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운전자, 11m 높이 교량에 걸쳐 있었다

무리하게 끌어올리다 2차 부상 위험 우려도

구조 완료 때까지 손 언 줄도 몰라

겨울철 차량, 스노우타이어·체인 구비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준현 (풍산119안전센터 소방교)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영하의 날씨도 녹일 법한 훈훈한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27일 오전에 경북 안동시 풍산대교 위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눈길을 달리던 대형 트럭이 미끄러지면서 난간을 들이받고 다리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겁니다. 현장의 영상 잠깐 보시죠. 보시는 것처럼 트럭은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고 운전자는 사고 충격으로 튕겨나와서 11미터 아래로 추락하기 직전에 간신히 운전석에 몸을 걸친 그런 상태였습니다. 119가 바로 출동을 했어요. 하지만 안전하게 구조하기까지는 무려 45분의 시간을 버텨야 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운전자의 손을 맨손으로 잡고 함께 버틴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박준현 소방교. 여러분 이 영화 같은 장면이 상상이 되세요? 어제 하루 종일 화제가 됐던 이 소식의 주인공 화제의 인터뷰 풍산119안전센터의 구급대원 박준현 소방교. 지금부터 잠깐 연결해 보겠습니다. 박 소방교님 나와 계십니까?

◆ 박준현>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이고,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 박준현> 예, 괜찮습니다.

◇ 김현정> 손목 괜찮으세요?

◆ 박준현> 아, 예, 괜찮아요.

◇ 김현정> 멍들거나 어떻게 관절이 좀 삐끗하거나 그런 것도 없으시고요.

◆ 박준현> 그냥 근육이 뭉치는 정도만 해서 괜찮습니다.

◇ 김현정> 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 그러니까 도대체 그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그 상황으로 일단 좀 돌아가 보겠습니다. 거기도 눈이 많이 온 거죠?

◆ 박준현> 거기 사고 현장에 출동할 때 그 당시에 눈이 엄청 많이 내려서 도로 양 가에 쌓이는 상태로 쌓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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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119에 전화가 온 게 몇 시쯤입니까?

◆ 박준현> 그게 9시 한, 제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는데.

◇ 김현정> 오전 9시경에.

◆ 박준현> 9시에 한 30분, 이십 몇 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현장에 딱 도착을 해 보니까 그 상황이 어떻던가요?

◆ 박준현> 현장 도착 당시에 트레일러 운전석에 있는 머리 부분이 많이 훼손돼서 교량 난간에 반쯤 걸려 있는 채로 있었습니다.

◇ 김현정> 반쯤이 저희가 지금 사진 보여드리고 있습니다만 걸쳐져 있고 운전자 분의 상황이 궁금했던 건데 보니까 어떤 상태로 계셨어요? 운전자 분은.

◆ 박준현> 저희 처음에 갔을 때 현장에 있던 신고자 분께서 난간 바깥쪽에 운전자가 있는 것 같다고 하셔서 가까이 가보니까 짐들이 많이 쌓여 있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짐들이 조심히 치우다 보니까 차체 부분이랑 교량 난간 사이에 허리가 끼인 채로 위태롭게 매달려 계셨어요.

◇ 김현정> 상상이 잘 안 되는데 그러니까 트럭이 반쯤 걸쳐져 있고 그 트럭하고 다리 난간 사이에 그분이 끼어서 매달려 계시는 거예요? 대롱대롱.

◆ 박준현> 맞습니다. 하체는 바깥쪽으로 나가 있고 상체만 운전석 안쪽에 있는 상태로 그렇게 매달려 계셨습니다.

◇ 김현정> 지금 다리가 이게 높이가 얼마짜리 다리입니까?

◆ 박준현> 이제 한 10~11m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분이 자칫 잘못하면 그냥 11m 아래로 추락하게 되는 그 상황에서 하체는 바깥으로 나오고 상체만 트럭에 간신히 의지하고 있는 상황.

◆ 박준현> 예.

◇ 김현정> 그러면 이분은 지금 차량 파손된 상태로 봤을 때는 다쳐 부상당해 계셨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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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순간 - 지난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 중앙고속도로 풍산대교에서 대형 트레일러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운전석이 난간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동소방서 박준현 소방교 등 소방대원들이 운전자가 떨어지지 않게 45분간 손을 잡은 뒤 구조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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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현> 저희 처음에 갔을 때 여기저기 출혈도 있으셨고 그리고 의식 상태가 약간 희미한 상태고 정상적인 대화가 안 된 상태였습니다. 꺼내 달라, 누가 들이받았냐, 이 말만 계속 반복해서 말씀하고 계셨어요.

◇ 김현정> 정신도 혼미한 상태고 이렇게 손도 다 피범벅이가 돼 있는 상태셨다고 제가 들은 것 같아요.

◆ 박준현> 예. 차체에 유리가 깨지면서 아마 여기저기 상처가 많이 나셨던 걸로.

◇ 김현정> 그런데 언뜻 생각하면 이 구급대원도 오시고 구조대원들이 다 오셨기 때문에 얼른 끌어올리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 박준현> 제가 겨우 손만 잡고 있는 상태라서 저 혼자만 잡을 수 있는 상태라서 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밑에서 추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끌어올릴 때도 이게 운전자분이 어디 다쳤는지 몰라서 무리하게 끌어올리다 보면 2차 부상 위험도 있어서 아예 구조대가 올 때까지 잡고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제 이해가 되네요. 그냥 언뜻 생각하면 얼른 끌어올리면 될 것 같지만 지금 여러분 사진 보여드리고 있습니다만 이분이 부상을 많이 당한 상태고 또 아래 상황이 지금 어떤지, 차에 어떤 식으로 끼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냥 들어 올렸다가 더 큰 피해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전이 완벽하게 확보될 때까지 일단 버텨야 되는 상황이셨던 거군요.

◆ 박준현> 네.

◇ 김현정> 그게 무려 45분이나 될 거라고 처음에 예상하셨어요?

◆ 박준현> 처음에는 그 정도까지는 예상을 못 했고 구조대 도착하고도 이게 워낙 특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구조 준비하는 데 좀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계속 버틸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데 이게 말이 45분이지 사실은 손을 잡고 다리 끝에 매달린 사람을 손을 잡고 버틴다는 게 45분을 버틴다는 게 이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날씨는 엄청 추웠고요. 어떤 생각으로 버티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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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현> 물론 저희가 펌프차 직원들이랑 같이 도착해서 팔이랑 손목에 로프를 매듭짓고 안전을 확보를 했지만 제가 손을 메인으로 잡고 있어가지고 이걸 놓치면 큰일, 추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버텼습니다.

◇ 김현정> 무작정 버티고 버티셨어요? 내가 이 손 놓으면 저분은 11m 아래로 추락하는 거다. 그냥 그 생각 하나로 버티셨어요? 나중에는 감각도 없으셨을 것 같은데요. 나중에는.

◆ 박준현> 그 생각조차도 없었던 것 같아요. 구조 완료될 때까지는. 그냥 통증은 올라오는데 통증만 있고 손도 시려운 느낌도 있는 것 같은데 구조 완료하고 저 손 놓고 나오면서 보니까 제 손이 좀 굳어 있더라고요.

◇ 김현정> 그럴 수밖에 없죠. 지금 저 상태로 45분을 추운데 피도 이게 다 쏠릴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감각 없이 결국 45분을. 지금 제가 사진을 보니까 이해가 가는데 중간에 교대를 할 수도 없네요. 이 두 분이 꼭 손을 잡고 있고 거기를 로프로 감아놓은 상태. 그러니까 이거 로프를 빼가지고선 누구를 교대 좀 해 주세요, 이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는 얘기인데.

◆ 박준현> 제 팔이랑 운전자분이랑 손을 묶은 게 아니고 그 운전자 분 팔이랑 손목이랑 다른 대원들이 그거를 로프를 당겨서 잡고 계셨습니다.

◇ 김현정> 그런 식으로.

◆ 박준현> 그런데 내부가 너무 좁아가지고 저 혼자만 들어갈 수 있는 상태라서 교대가 가능하지 않았고 혹시나 교대하다가 또 위험할 것 같아서 그냥 제가 또 잡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워낙 저게 지금 긴박한 상황이라 교대하다가 또 실수 나서 놓칠까 봐 그냥 계속 잡고. 좀 두렵진 않으셨어요?

◆ 박준현> 처음에 현장의 상태를 보고 두렵긴 했는데 손을 잡고 있을 때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는 않더라고요. 손잡는 데만 집중하고 그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게 제가 두렵지 않으셨냐 질문 드린 이유는 잘못하면 무게 중심이 아래로 쏠려 들어가서 박준현 소방교도 위험하실 수 있는 상황이었던 걸로 지금 보이거든요. 오로지 살려야 된다, 이 생각만 하셨군요.

◆ 박준현> 네.

◇ 김현정> 박 소방교님, 지금 전화 통화하는데 뒤에서 아이가 아빠 부르는 것 같아요. (웃음) 아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집으로 돌아와서 여보, 아이야, 이러이러이러한 일이 있었어라고 하니까 부인이 뭐라 하세요?

◆ 박준현> 고생했다고, 다친 데 없냐고 이것부터 물어봤어요.

◇ 김현정> 고생했다고. 여보 왜 그랬어? 그럴 때는 적당히 해 이러지는 않으셨어요?

◆ 박준현> 가면서 안심을 많이 시켜놨었거든요.

◇ 김현정> 아이는 뭐라고 합니까? 아빠 자랑스럽다고 해요?

◆ 박준현> 자랑스럽고 용감하고 멋지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 김현정> 아빠 멋지다고 용감하다고.

◆ 박준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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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소방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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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아이가 제가 해드리고 싶은 말을 다 해줬네요. 아이 이름이 뭐예요?

◆ 박준현> 첫째는 은수, 박은수고 둘째는 박민수, 셋째는 박흥수요.

◇ 김현정> 세 자녀 두셨어요? 다둥이 아빠시네요. 박준현 소방교님 제가 요새 좀 삭막한 뉴스만 많이 보다가 모처럼 이렇게 훈훈한 뉴스 보니까 참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물론 그냥 마땅히 내가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고 박준현 소방교께선 말씀하시지만 보는 사람 마음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이런 일 해주셔서, 이런 훈훈한 일, 책임감을 다하는 일 해주셔서 제가 국민 대표해서 감사드리고요. 운전자 분 아직 상태가 온전하진 않으실 것 같아요.

◆ 박준현> 그 후로는 제가 인도자 분 만나지도 못하고 통화도 못 하고 상태는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운전자 분도 건강하게 회복되시기를 저도 빌겠습니다.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해 주시겠어요?

◆ 박준현> 지금 겨울철에 사고가 많이 나는데 차량 사고도 많이 나고 보행 사고도 많이 나요. 저희 출동도 많이 나가고 차량은 될수록 대중교통 이용하는 게 좋긴 하지만 시골 같은 데는 그게 잘 안 돼 있기 때문에 차 겨울철 들어가면 스노우타이어 교체를 하고 체인을 구비해 놓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죠. 오늘 귀한 인터뷰 고맙습니다.

◆ 박준현> 감사합니다.

◇ 김현정> 풍산119안전센터의 박준현 소방교였습니다.

※ 내용 인용 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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